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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가족공동체, 무너진 뿌리를 다시 세우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7일 14시23분

어느새 완연한 봄빛이 일상에 물들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야 할 5월이 성큼 다가왔다. 5월은 건강가정기본법 제12조에 의한 법정 가정의 달이다. 5월이 가정의 달이 된 데에는 1993년 국제연합(UN)에서 세계의 구성원들이 가정의 화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자는 취지로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지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역시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 제정을 통해 5월을 가정의 달로, 5월 15일은 가정의 날로 지정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5월에는 가정의 날 외에도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맺고 있는 소중한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념일이 많다. 대표적으로 5월 5일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하기 위해 노력하신 소파 방정환 선생의 뜻을 이어 지정된 ‘어린이날’이다. 또한, 5월 8일은 본래 ‘어머니날’이었지만 어머니뿐만 아닌 아버지를 포함한 부모님 모두에게 감사하자는 취지로‘어버이날’로 확대·제정된 기념일이다. 이 밖에도 5월 15일은 가정의 날인 동시에 스승에게 감사하는 ‘스승의 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 5월에 이렇게 다양한 기념일이 있는 이유는 가족 간의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함이다. 가족공동체의 끈끈함은 곧 이웃과의 관계로 확장되며,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가족의 유대감은 과거와 같지 않게 약화되고 있다. 산업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된 가족 형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으며, 계속되는 축소와 해체를 거쳐 2023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35.5%)이 3인 가구(19%)와 4인 가구(16.8%)를 합친 비율에 육박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가족의 유대와 정을 점점 희미해지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가구 기업 이케아에서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집에서의 생활을 조사한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40%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응답해 전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함께 사는 사람과 웃는 것(14%)’,‘가족과의 좋은 관계(18%)’, ‘자녀를 양육하는 것(8%)’ 등 가족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얻는지와 관련한 문항에 대해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가족공동체가 점점 개인화되고 있으며, 가족 간 유대와 정서적 연결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여전히 중요하다.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은 언제나처럼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제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제공하는 안식처이자, 삶의 위기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인 것이다. 가족은 개인이 자존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배우는 최초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과 가족 내의 소통 방식은 이후 사회생활, 인간관계, 심리적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로움과 단절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은 고립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또한 가족은 이웃과 지역사회로 연대감을 확장해 나가는 출발점이다. 가족 간 신뢰와 소통이 회복되어야, 건강한 이웃 관계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가족은 개인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뿌리인 것이다.

가족공동체의 회복과 강화를 위해서는 현대사회에 걸맞는 가족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이는 어느 한 사람의 몫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몫이다. 가족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가족 간의 유대와 지역사회 내 따뜻한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5월을 맞이하며 바쁜 일상 속 소홀했던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김윤철(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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