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전라도천년사의 작난(作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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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전라도천년사가 배포되었다. 전라도천년사는 1018년 전라도 탄생을 기념하여 천년이 지난 2018년에 천년의 전라도 역사문화를 기록해보자는 뜻에서 전라도천년사편찬위원회가 발족되었다. 편찬 주체는 전북과 광주&;전남 행정관청으로서 관찬서(官撰書) 발간 계획이 세워졌다. 전북(전주)와 광주전남(나주)의 관청이 주도하고 213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하여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34권을 발간하는 기념비적인 역사편찬사업이 추진되었다. 전라도천년사는 전라도 고대사에서 근현대사까지 역사,문화 전체를 통틀어 집필하는 통사(通史) 방식이었다. 지역통사로서 전라도천년사는 국내 최초의 역사편찬사업이다.

전라도천년사 발간사업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2023년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전라도천년사의 발간사업을 발목잡는 뜬금없는 사건이 남원에서 발생하였다. 당시 운봉 두락리 유곡리 가야고분 발굴의 고고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역사고고학자들이 운봉고원 가야고분의 정치세력을 기문국(己汶國)이라는 규정에 반발한 것이다. 『일본서기』의 반파,기문을 인용하였으니 임나일본부설에 동조한 식민사학자라는 생트집을 걸었다. 장수반파와 운봉기문은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로 학계에 보고되었고, 검증된 내용을 전라도천년사에 수록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일본서기』기문 내용이 전라도천년사에 채택되었다고 남원지역 전교조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든 것이다. 전라도천년사 작난의 발원지는 남원이었다. 작난을 주도한 배후세력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성향의 민간단체인 듯 하다. 전라도천년사의 작난은 결코 논쟁&;논란거리도 못되는 소란(騷亂)에 불과하였다. 기문국 논리는 역사고고학자가 발굴자료를 분석 고증, 연구하여 내놓은 합리적&;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학문적인 논리를 개발한 학설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기문국설이 식민사관에 근거하였다는 허무맹랑한 주장과 설(舌)을 인터넷으로 퍼 날렸다. 국수주의(國粹主義) 성향 시민단체들은 학자들의 과학적 논리를 외면한 채 대중들을 선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남원에서 발발한 전라도천년사 편찬 반대운동은 광주&;전남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남원에서 발생한 기문국 부정 악질바이러스가 광주 전남지역 시민단체까지 전염시켰다. 광주&;전남에서는 침미다례 변종바이러스까지 발생하면서 국회 국정감사까지 전라도천년사의 시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전라도천년사 텔레비전 토론회가 방영되고, 시민단체의 궁색한 주장과 주장이 논리적이지 못하고 억지성이 강하다는 여론 환경이 조성되면서 전라도천년사의 소란은 수그러 들었다.

이 시점에서 전라도천년사의 작난이 왜 발생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북 동부 산간지역의 가야고분 발굴이 본격화되었고, 대통령 5년 임기가 끝날 즈음인 2021년에는 장계&;장수와 운봉고원에서 가야고분군이 대거 발굴되고 가야계 유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전북가야 유물은 가야사 연구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폭팔적이었다. 발굴 결과 장수 장계지역에는 반파가야가 존재하였고, 운봉고원에는 기문가야의 정치세력이 존재하였다는 역사고고학자의 학설(學說)이 제기되었다. 이 학설에 딴지를 건 것은 어설프게 국수주의 고대사(國粹主義古代史)에 눈을 뜬 사이비고대사가(似而非古代史家)의 작난이었다. 위장고대사가(僞裝古代史家)들은 자신들이 민족주의로 무장되고 민족독립운동에 앞장섰다고 믿는다. 사이비고대사가에게 세뇌교육받은 사람들은 한민족 고대역사유적을 답사한다고 여름철마다 만주대륙을 누빈다. 사이비고대사가 추종자들은 만주가 동이족의 무대이고, 동이족의 주체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이며, 그 영토가 만주이니 만주땅을 되찾는게 진정한 민족독립이라고 외친다. 그들은 사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위서(僞書), 즉 환단고기, 단기고사, 천부경 등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진정한 민족주의 역사학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환빠(환단고기에 빠진 사람들)일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운봉기문국 학설이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한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식민사관 만선사관(滿鮮史觀)에 적극 찬동하는 이율배반적 가면을 쓴 위선자들이다. 그들은 만주 일대가 동이족 무대, 고조선&;고구려 영토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 영토는 1940년대 일본이 만주에 건설한 꼭두각시 만주국(滿洲國)이다. 만주국 영토가 고조선&;고구려 영토라는 주장은 만선사관을 동조하는 것이며, 일본 괴뢰국인 만주국 건설에 찬동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전라도천년사의 작난은 식민사관의 함정에 빠진 사이비고대사가의 어리석은 장난짓에서 비롯되었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작난친 시민단체는 전남북 도민들의 민족정신 혼란 야기에 반성하고, 집필자, 편찬위원, 공무원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끼친 것에 사죄하기 바란다.

/송화섭(사단법인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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