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우리의 자연을 우려낸 ‘ 소나무’를 그리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17일 14시51분

강종수화백이 18일부터 24일까지 전주향교 앞 갤러리 한옥에서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테마로 초대전을 갖는다.

봄여름은 산등성이를 거슬러 오르고 가을과 겨울은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린다. 단풍으로 물든 산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좋지만 기어이 진경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높지만 쉽게 닿을 수 있고, 깊지만 험하지 않은 단풍을 찾아, 소나무를 찾아 계곡을 찾아간다.

소나무는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연약함,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를 심고 재선충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을 생활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소나무가 호소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귀담아듣고 있는 걸까.

작가의 소나무 작품에는 길게 쭉 뻗은 수려한 소나무보다 구부러지고 험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는 바람이 많은 바닷가 소나무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작가가 고향 군산의 어느 뒷산 소나무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특한 구도를 통해 소나무의 여유로움과 강인함으로 내면의 평화와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하얀 화폭과 마주한다. 눈에 꽃이 들어오면, 꽃을 그리고, 마음에 달과 별이 들어오면,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달과 별을 그린다. 전시 작품은 강 작가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창해온 오방색(五方色)을 원용한 다양한 소나무 그림을 선보인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한을 고스라니 담아내고 있으나, 소나무는 역동성과 사시사철 푸름으로 한을 분출하고 한은 해원(解寃)의 속성으로 스스로 안으로만 삭힌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소나무 그림에 오방색을 활용한 그림 작업을 주창해 그 주장을 화폭에 오롯이 소나무를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소나무 그림 ‘세한송’은 “변화감 있는 형태미로 화면의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갈지(之)자의 구불구불한 줄기와 가지의 유연한 선에서 전통춤을 연상케 하고 모진 풍상에도 버텨온 한국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소나무의 상록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난색계열로 처리해 색상대비를 주오 있다. 이는 작가의 곧은 절의와 따듯한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붓을 움직이는 동안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 언젠가는 돌아갈 우리네 고향을 화폭에 그리는 일은 항상 설레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얀 화폭을 조금씩 채워 갔다.

작가는 인간의 유한성과 자연의 영원성이 교감하는 순간에 발산되는 사계절을 관통하여 그 속에서 새로운 이데아를 찾아내려고 한다.

“자연을 탐구하는 나는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나의 생명의 원천을 찾고자 한다. 어릴 적, 집 뒤에 있던 늙은 소나무는 내 마음의 고향이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지내온 우리 민족의 삶과 굴절에서 그곳의 기상과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웅장한 기품을 닮은 소나무의 미적표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참다운 도(道)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하지 않았는가”

작가의 소나무 그림을 보는 일은 왠지 기대된다. 무언가 새로운 얼굴을 가진 자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이 자연의 참모습임을 깨닫게 해 주지 않을까 싶다. 또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자연을 동경하고 나그네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가. 생활이라는 덧저고리를 벗을 수 있다면 말이다.

새벽 안개가 짙게 드리운 숲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굳건한 자태로 버티고 선 노송에서 세월의 흐름을 짐작게 한다.

그런데 작가의 화면 속에서는 덧저고리를 벗지 않고도 유유자적하며 모든 것을 달관한 듯 새옹지마처럼 살아가는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리라.

유화로 풀어낸 색채의 향연과 수묵이 머금고 있는 산수풍경의 은근함과 편안함을 그대로 살려 신비로운 우리의 자연을 우려낸 ‘ 소나무’를 보며 우리나라의 사계 속을 걸어보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작가는 “ 자연 속에 젖어있어도 좀처럼 평화는 찾아오지 않고 작업에 대한 즐거움은 항상 시작에서만 화려할 뿐이다. ‘물감은 붓끝에서 반항’하고 ‘눈앞의 자연은 모두 땅 끝으로 도망치고 마는 존재’였다”면서 “산과 들의 풍경도 어느새 가을에서 겨울로 빠져드는 이 계절 세상과 인간, 자연과 모든 사물에 대해 변함없는 사랑과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작가는 군산 출신으로 전주 신흥고, 전남대 사범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기린여중, 서전주여중, 순창 구림중학교 등지에서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으나 2007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명예 퇴직을 선택했다. 대학시절 광주광역시에서 한때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후배양성에도 힘을 쏟은 바 있다.

현재 완주 구이면 평촌리 아틀리에 ‘제석헌’(帝石軒)에서 에서 텃밭을 일구며, 유유자적 명상과 농사를 병행하면서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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