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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선생님의 도시락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02일 14시39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다. 모두 내 맘 같지 않기에 오해도 있고, 갈등으로 고통도 받는다. 상대가 어리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예전처럼 어른이 이야기한다고 고분고분 듣는 아이는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역할이 날로 어려워지는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사회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에 관한 한 무한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조금만 서운하다 싶으면 질타한다. 교사들은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환경이 변화한 만큼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특히나 요즘 교실마다 설치된 스마트 칠판과 학생들에게 지급된 스마트 기기와 연동된 에듀테크 수업 적응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많다. 자기 자녀의 잘못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따지고 드는 학부모를 만나면 화도 나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실시간 SNS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도 있다. 제지하면 화를 내거나 폭언이나 폭력적으로 대든다.

이청준의 소설 ‘선생님의 도시락’은 졸업한 지 30년이 지난 동문회에서 옛 은사를 모시고 식사하는 장면에서 전개된다. 막 식사를 하려는데 선생님께서 반쯤 밥을 덜어내는 걸 보고, 제자들이 묻는다. ‘전에부터 그러시던데 식이요법 하시느냐?, 아니면 다이어트하시느냐?’ 그러자 선생님은 천정을 바라보시고는 젊어서부터 버릇이라며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 자리에는 문상훈이라는 제자도 있었다. 먼저 상훈이에게 ‘내 너에게는 아직까지도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사연인 즉 당시 학생들이 규정을 어기면 벌로 화장실 청소를 시켰는데, 그 중에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은 학생도 처벌 대상이었다. 당연히 도시락 검사는 기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락 검사가 끝나가도 청소할 학생이 나오지 않자 한 학생이 ‘문상훈이는 도시락을 안 먹어요’ 하고 이른다.

그러자 상훈이가 큰 소리를 친다. ‘내 도시락 여기 있어, 임마!’하고…… 다시 그 학생이 받는다. ‘선생님 상훈이는 검사할 때만 도시락을 내놓고 정작 식사시간에는 안 먹어요.’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은 다짜고짜 상훈이의 도시락을 열었다. 그리고는 검사도 마치지 않은 채 교실에서 나갔다. 그 후 도시락 검사는 사라졌다. 그 일이 있고부터 선생님은 자신의 밥에서 반씩 덜어내 상훈이의 빈 도시락에 채워줬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중년의 제자들은 숙연해 한다.

학생들의 아픔에 함께 하며 감정의 도시락을 나누거나, 기쁨의 도시락을 채워가려는 선생님의 마음은 지금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누고 채워주고 싶어도 장애가 너무 많다. 선생님들이 거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는 외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선생님의 사랑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화수분과 같다고 한다. 학생들 곁으로 다가가 지식만이 아니면 인격적으로 본받고 따를 수 있는 사제간의 문화가 되살아 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선생님의 도시락에 채울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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