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델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는 1938년에 쓴 「호모 루덴스, 놀이와 문화에 관한 연구」라는 책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하였다. 인간의 문명은 놀이속에서 발생, 전개해왔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고대사회에서 어떠한 놀이 요소가 표현되었고 유희화(遊&;化)하였는지를 밝혔고, 19세기 이후 문명사회에서 놀이 요소가 상실해가는 모습을 비판하였다. 놀이는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윤택한 삶의 수단이었다. 놀이는 혼자 놀 수도 있지만, 편을 짜서 상대와 다투거나 겨루는 편싸움 방식의 집단놀이가 흥미진진하고 신바람이 난다.
한국고대사회에서 음력 5월과 10월에 국중대회를 열어 남녀군취 음주가무 주야무휴(男女群聚 飮酒歌舞 晝夜無休)하는 집단적인 소리놀이춤이 연행되었으며 세시풍속으로 정착하였다. 이러한 놀이문화는 18세기 풍속화에 묘사되었다. 혜원 신윤복은 단오물맞이 난장을 풍속화로 묘사하였다면, 단원 김홍도는 씨름판과 윷놀이 백중난장을 풍속화로 묘사하였다. 농업사회에서 모내기 파종이 끝나면 농한기에 단오물맞이 난장을 즐겼고, 세벌김매기가 끝난 후 칠월 백중난장을 즐겼다. 난장(亂場)은 시장의 장터에서 터졌다. 난장이 터진다는 뜻은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어지럽게 북적이면 돈이 돌고 돈이 돌면 자연스레 놀음판이 등장한다. 놀음은 놀다의 명사다. 씨름판, 윷놀이판, 투전판, 장기판 등 개방적인 판놀음이 놀음판이다.
전통사회에서 돈이 도는 상거래는 시장에서만 이뤄졌다. 시장의 특수(特需)가 난장이었다. 난장이 터지면 보부상과 장돌뱅이들이 북적이고, 사당패, 풍각쟁이, 판소리꾼, 장타령꾼들이 뒤섞여서 소리놀이를 공연하니 가히 볼만하였다. 난장은 하이라이트는 백중절 씨름난장이다. 씨름난장에서 씨름꾼 상장사에게 황소 한 마리가 상품으로 주어진다. 씨름판에서 황소한마리는 횡재다. 백중난장판에서는 윷놀이판, 투전판, 오곱딸랑이판, 야바위판, 상하판 등 돈놓고 돈먹기 놀음판도 벌어진다. 난장노름판은 장터에서 돈이 돌고 장사가 흥행하여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시장상인들은 상품을 내걸고 난장을 지속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오늘날 도시산업사회에서는 난장이 사라지고 개방적인 놀음문화도 사라졌다. 도시산업사회는 18세기 중엽 영국의 산업혁명이 산업기술과 산업경제를 발달시켰다. 도시산업사회는 자본주의 경제발전과 산업자본주의를 동반하였고, 사유재산을 증식시켰다. 그 과정에서 기업투자를 위한 주식거래가 이뤄졌다. 주식 거래는 법적으로 공인된 도박성 상거래이다. 돈놓고 돈먹기하는 주식, 복권, 카지노, 경마 등은 공인된 투기성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도박과 놀음은 다르다. 도박과 놀음은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도박은 폐쇄적 공간에서 재물 획득이 목적이지만, 노름은 개방적인 승부내기 놀이에서 승자에 대한 보상이다.
조선후기 풍속화에 도박꾼들은 폐쇄적인 기생집에서 밤새워 투전(鬪&;)을 즐겼는데, 일반 백성들은 개방적인 난장터에서 투전을 즐겼다. 재물 탕진의 위험성이 있는 도박은 단속해야 하지만, 쌈짓돈으로 즐기는 놀음은 권장해야 한다. 주식, 복권은 권장하면서 개방적 놀음의 단속은 어불성설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자국민들에게 선진적인 슬롯머신(파징코)을 도입 개방하면서, 식민지 한국에는 화투짝을 던져주면서 오락(娛樂)을 즐기라고 권장하였다. 아직도 한국은 일본이 던져준 화투(花鬪) 놀음에 빠져 있고, 한국의 놀음문화는 성인오락실, PC방 등으로 폐쇄적이고 음성화되어 있다. 도시산업사회와 산업자본주의에 걸맞는 놀음(오락)문화를 개방화, 양성화하자. 일제의 화투판에서 벗어나 전세계인이 즐기는 카지노 놀음판으로 갈아타자. 카지노는 복합리조트의 다양한 오락시설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복합리조트는 조선시대 난장의 부활이다. 구경거리가 넘쳐났던 난장과 같이 복합리조트도 놀거리,구경거리가 넘쳐나야 한다. 복합리조트는 관광, 온천, 공연, 쇼핑, 영화, 오락, 골프, 호텔, 마술서커스, 놀이도구 등 복합적인 휴양&;오락시설이다. 일제(日帝)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걸어놓은 ‘도박의 덫’에서 탈출하자. 카지노는 도박이 아니라 오락산업이다. 카지노산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국 마카오,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 말레이시아 켄팅하이랜드에서 번창하고 있다. 복합리조트에서는 하루 저녁에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돈이 돈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수렁에 빠진 전북경제를 살려낼 획기적인 방안은 새만금에 세계적 오락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 조성이다. 5차산업시대에 제조업 유치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다. 이재명대통령은 문화산업시대를 천명하였다. 새만금 완공 후 15년째 방치된 상처투성이 새만금의 치유 방안은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산업을 공론화하는 길이다. 오락산업 전문가들은 새만금이 카지노산업의 최적지라고 꼽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뭔가 특별한게 있어야 한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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