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입춘대길

윤재석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2월 21일 15시20분

새봄이 온다. 겨울철 혹한이 따뜻한 기운을 대지에 뿌려주는 봄에게 자리를 내주는 절후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력을 찾고 새해 봄을 맞이하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 입춘 절을 맞아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붙이는 아름다운 풍속이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다. 입춘은 1년 24절기 중 맨 처음에 시작한다. 입춘 날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 立春大吉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을 붙인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집안에 밝은 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현관이나 대문, 기둥에도 좋은 글귀를 한지에 붓으로 정성들여 써서 붙인다. 입춘첩을 붙이는 분위기는 사뭇 경건하고 엄숙하다. 아름다운 풍속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해도 우리 곁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문지방에 붙인다. 아침저녁으로 출입하면서 좋은 글귀를 대하면서 마음속으로 집안이 아무 탈 없고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함이리라. 오늘은 내가 한일에 힘써 노력했는가, 농촌에서는 농사철이 다가옴에 무엇을 챙겨야 할 것인가 살펴보아야 할 일이 많다. 농촌에서는 외양간의 송아지는 잘 크는지 살펴야 한다. 소는 시골집의 재산 목록이다. 논갈이 밭갈이를 도맡아 한다. 잘 키워서 새끼 송아지 낳으면 길러서 자식들 학비며 농사비용으로 써야 한다. 그러니 허투루 할 일이 아니다. 대문에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 써서 붙인다.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말이다. 부지런히 맡은 일에 성실하면 그 대가가 온다는 말이다. 개문만복래는 오는 사람 가는 손님맞이하여 후한 인심을 베풀어서 보내면 복이 돌고 돌아 다시 내 집안으로 온다는 것이다. 복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집안에 경사가 자주 있는 것도 복이다. “예 말에 착한일은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으로 갚는다.”했으니 좋은 일하는데 마음을 열어야 할 일이다.

새봄이 왔다고 입춘첩만 붙이고 좋은 일오기만 기다리면 내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질까. 누구나 많이 얻고자 함은 같은 마음이다. 세상에서 누가 고생하면서 살고 싶어 하겠는가. 재물도 많이 모으고 아들딸 많이 낳아 잘 키워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력 없이 얻을 것은 없다. 내가 바라는 바가 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요즈음은 복권을 사서 일확천금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요행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력 없이 얻은 것은 “끓는 물에 눈을 넣는 것과 같다.”하였다. 대가를 지불해야 그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어서 자기 것이 된다. 만족을 알면 즐겁다 했다. 입춘 날 입춘첩을 붙이는 것은 새봄을 맞아 한해를 설계하는 마음이리라. 새해 봄을 맞이하여 밝은 날 좋은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여 경사가 많기를 바라는 우리 조상들의 순박한 마음의 표출이라 생각한다. 올해도 입춘을 맞아 나라는 태평하고 국민은 편안하며 가정은 입춘대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부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예술상

저서: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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