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친수공간에 환경오염 업체 입주시킨 군산해수청

시민 친수공간에…환경오염 유발 업체 입주시켜
당초 설계 무시하고 ‘조경 부지’에 컨테이너 사무실 허가

기사 작성: 백용규 - 2025년 04월 10일 18시07분

군산시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내항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의 안이한 행정으로 본래 목적을 잃고 있다.

수십 년간 항만 환경을 오염시켜온 업체들에게 시민 친수공간 부지를 내주고, 당초 설계 변경까지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공공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논란이 된 부지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한 군산내항 ‘폭풍해일 침수방지공사’ 대상지 중 하나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뒤편 1,544㎡ 규모다.

본래 이곳에는 ‘기억과 시간의 광장’, ‘바다가 보이는 언덕’, 조경수림 등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친수공간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이 부지 중 일부는 군산시가 역사문화자산을 복원하고 관광 명소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조성 중인 핵심 지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산해수청은 지난해 10월, 이 부지에 용접 등의 선박수리업체 5곳의 컨테이너 사무실 이전을 허가했다. 각 업체에 183.75㎡씩 배정된 이들 사무실은 당초 조경 예정이지로, 업체 대부분은 수년간 폐유와 혼합 폐기물 배출 등으로 항만 오염을 일으켜온 대표적 유해업체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전됐어야 할 부지가 따로 존재했다 점이다. 소룡동 예ㆍ부선 전용부두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했던것으로 보여졌는데도, 해수청은 관광객이 오가는 핵심 친수공간으로 이들을 들여앉혔다. 시민 공간을 사실상 포기한 군산해수청의 결정을 두고‘도시계획을 거꾸로 돌리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이 지역은 군산해수청이 이미 법정 폐기물 처리 기한을 넘긴 폐기물이 방치된 현장으로, 환경 정비 공사를 하겠다며 국가 예산을 들이고도, 정작 폐기물 발생의 주범인 업체들을 다시 들여놓은 것은 명백한 행정 역주행이라는 지적이다.

군산해수청 내부의 잦은 인사이동도 문제로 보여진다. 일관성 없는 행정과 설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오랜 시간과 예산을 들여 마련한 종합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어“현장 관리와 설계 개념 자체를 단순 행정처리로 여긴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욱이 이들 업체 바로 옆에는 해양경찰 해망파출소가 있지만, 수십 년간 환경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산시 역시 지도·감독에 손을 놓으면서, 항만 내 폐기물을 장기적으로 방치했고, 시민이 누릴 공공공간은 오염된 채 사업만을 우선으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군산해수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틀간 수차례 연락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답변 외에 어떠한 해명도 듣지 못했다. /군산=백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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