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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금]마침내, 찬란한 봄이 왔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09일 14시18분

“뛰다가 죽어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충섭이는 달리는 시내버스 속에서 금명이를 발견하고, 죽기 살기로 뛰기 시작했다.

몇 정거장을 달려 드디어 달리는 버스에 올라탄 충섭이는 금명이를 향해 말한다.

“‘마침내’라는 말, 이럴 때 쓰는 게 맞죠?”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또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극 중, 극장의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 역할로 등장한 남자 배우 충섭이는 군 제대 후 우연히 다시 마주친 버스 안 여주인공 금명이를 만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 자고 있던 그녀를 버스 안에서 만나며 “마침내”라는 말을 쓴다.

극장에서 잠시 스친 인연이었지만, 뒷이야기를 보면 이 남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일 그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우리도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마침내 새로 피어난 봄날을 맞이했다.

‘마침내’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드디어, 마지막에’라고 설명되어 있다.

한참 추위가 매서워지기 시작한 작년 12월 3일, 우리는 어떤 한파보다 더 매서운 겨울을 보냈다.

필자는 45년 전, 전두환의 계엄령을 접했고 광주 사태와 민주화운동을 살아온 세대로서, 작년 12월 3일의 내란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시간짜리 탄핵 운운했지만, 과거의 역사가 지금의 현실이 되어 아직도 고통받는 상황을 보며 그날을 떠올렸다.

그러나 용감한 시민들은 집회로, 농민들은 트랙터로, 국회의원들은 탄핵 찬성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갔고, 그것은 기회가 되었고, 마침내 결과로서 탄핵 선고가 찾아왔다.

이 드라마는 공공성을 갖는 정치인들과 공직 임원들이 눈여겨볼 만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학씨 아저씨’는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하악~씨”를 입에 달고 사는 그는 지역의 유지로,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집안에서도 사회에서도 강력한 권력으로 횡포를 부렸다.

또 다른 유행어인 “너 뭐 돼?”는 마치 일부 정치인, 가끔은 기업이 노동자·근로자·소비자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현실보다 드라마가 더 나아 보이지만, 그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점 또한 닮았다.

이번 탄핵에 따른 대통령 파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극단적인 행동으로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한 자들의 모습은 전국민에게 공포심을 안겨주었고,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었다.

또 계엄 지시에 따라 잘못된 판단으로 실행에 옮긴 국방부 장관과 군인들은 구속되었지만, 정작 내란의 수괴는 사상 초유의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논리로 자유를 얻어 관저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4일까지 124일,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111일, 변론을 종결한 지 38일 만에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우리는 거짓말 같은 뉴스 속보와, 국회에 헬기와 총을 든 군인이 들이닥친 그날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문형배 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말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대통령 재선거가 있으며, 2026년 6월에는 광역·자치단체장, 교육감, 광역·자치단체의원 선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들이 시민들의 방심과, 올바른 정치인을 뽑지 못한 잘못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칼럼 주제를 두고 며칠간 고민했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지난 4월 4일을 지나며 언제든지 겨울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봄의 찬란함과 따뜻함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침내’라는 단어가 절절한 4월이다.

/김보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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