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의 창]전주고도(古都) 지정을 위해 후백제 추정 왕궁지 보존해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4일 15시15분

지난 10월 전북의 창에 ‘전주 후백제 왕도 유산 조사연구, 정비 복원, 활용, 전략적이고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 내용 중에 “최근 전주시에서 후백제 유산 조사연구, 정비 복원, 활용 관련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시민들께서 끈기 있게 지켜보고 함께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 칼럼의 주제인 전주 후백제 고도지정을 위해 후백제 추정 왕궁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글을 쓰려 했던 것 같다.

전주는 900~936년까지 후백제의 왕도였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기록과 전주 동고산성, 오목대 고토성, 경기전 하층, 전라감영 부지, 전주 객사 하층, 서고산성 등 발굴조사에서 후백제 유구 및 유물의 출토로 왕도의 고고학적인 자료가 확인되었다. 특히, 올해에는 전주 종광대 2구역 재개발 사업용지와 전주 기자촌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용지에서 후백제 도성과 왕궁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전주시가 1990년대 초반부터 동고산성 발굴을 시작으로 후백제 유산에 관한 관심을 두고 추진해온 결과이다. 특히, 종광대 2구역과 기자촌 구역은 2017년 전주시의 후백제유적 문화유산 정밀지표조사를 통해 후백제 도성벽과 왕궁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발굴조사 결과 기자촌 재개발 구역에서는 후백제 추정 왕궁지 성벽, 건물지, 도로 유구가 확인되어 왕궁이 있었던 구역으로 추정된다. 종광대 재개발 구역에서는 자연지형을 이용해 흙으로 쌓은 성벽 130m가 발견되었는데 후백제 도성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적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후백제 유산에 대한 기본조사와 재개발지역 발굴조사로 후백제 도성과 추정 왕궁지가 확인되기까지 노력한 전주시와 발굴조사기관에 감사드린다.

현재 후백제 왕궁지로 추정되는 곳은 인봉리(기자촌)와 문화촌 일대, 전라감영지 일대, 천주교전주교구청과 오목대 일대와 최근 중노송동 인보성체수도회 일원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중 천주교 교구청 일원과 인보성체수도회 일원은 현재의 지형이나 1918년 지형도, 1956년 항공사진을 살펴보아도 궁성이 자리할 정도의 공간으로 부족하다.

최근 발굴조사 된 전주 기자촌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용지 내 유적 시·발굴 조사 약식보고서 등에 따르면 기자촌 부근 역사적 층위는 후백제 시기 단일 층으로 보고되었다. 유구는 후백제 건물지, 도로 유구, 추정 왕궁지 성벽과 기둥구멍, 후백제 기와 등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런데 인보성체수도회 일원으로 보는 재개발 구역에서는 후백제 유구, 유물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더불어 1918년 지형도, 1942년 전주부사, 1956년 항공사진 등을 종합하면 인봉리(기자촌)와 문화촌 일대가 후백제 왕궁지로 추정된다.

도성 역시 전주 기자촌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용지 내 유적 발굴조사, 전주 종광대 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용지 내 유적 발굴조사 완료되었다. 발굴조사 결과에 의하면 후백제 도성의 동쪽과 북쪽에 해당하는 기린봉~종광대(구 여단) 구간이 확인되었다.

현재 기자촌 구역 추정 왕궁지는 일부 지형과 경관이 훼손되기는 했으나 1918년 지형도, 1956년 항공사진 등에 의하면 많은 변형과 훼손은 없다. 이 공간은 후백제를 상징하고 수많은 역사 문화적 의미가 함축된 곳이며 이야기가 존재하는 곳이다. 앞으로 후백제 역사를 밝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또한, 전주를 후백제 고도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유적이다. 이미 고도로 지정된 경주, 공주, 부여, 익산, 고령 모두 왕궁지를 보존하여 연구 및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자촌 구역은 후백제 왕궁지로 추정되고 관련 유구와 유물이 확인되었음에도 학술적 성과는 있으나 잔존 유구가 보존할 만큼 가치가 부족하니 발굴보고서만 작성하고 아파트 건축을 해도 된다는 행정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아파트 건축이 현실화 된다면 기자촌과 문화촌 지역 추정 왕궁지의 40% 정도가 사라지게 된다.

이번 발굴된 추정 왕궁지는 현재까지 유일한 후백제 왕궁유적이다. 왕궁지라는 공간이 남아 있는데 유구의 잔존상태가 많고 적음으로 재개발을 승인하여 아파트를 짓게 한다면 천백 년 전 역동적인 후백제 역사는 전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무엇으로 전주를 고도지구로 지정할 수 있겠는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전주에 유치한 의도 또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후백제 추정 왕궁지가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다.

/노기환(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전북의 창]전주고도(古都) 지정을 위해 후백제 추정 왕궁지 보존해야

[오늘의 길목]완주는 완주답게, 자치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생의 한가운데]“이제 ‘배려’를 넘어 ‘우선’으로”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의 의무화를 촉구하며..

[사설] 전북 서예, 세계에 더 알려야

[사설]익산시 광역상수도 전환, 시민부담 없어야

[사설]전주서 국립 해외동포 교육 기지화 사업 계속돼야

[사설]소비 쿠폰, 지역경제 회복에 마중물 됐으면

[특별기고]역사가 평가하는 지도자

[사설]전주 완주 통합, 모욕, 폭행까지 한데서야

[경제와 미래]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사설] 전주 미식관광자원 육성, 협력 체계 구축 필요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굿네이버스 전북북부지부, 아동 건강권 증진 캠페인 ‘지금, 움직여 봐!’

소리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숨은 주역들이 되다

신통일한국 피스로드 2025 전북자치도 부안군 통일대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