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한옥의 부드러운 멋, 지붕

-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돌너와집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04일 13시46분

한옥의 아름다움은 먼저 한옥의 지붕에서 엿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지붕이고, 지붕의 부드러운 마루선과 기와의 질감이 우리 한옥의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옥의 특징 중 하나는 지붕에 흙으로 구운 기와를 올린다는 점이다. 현대건축과 외형적으로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다. 넓은 암키와로 골을 만들고 볼록한 수키와로 등을 만들어 물길을 만들고, 기와의 끝에는 회 또는 막새로 마감하여 처마 끝까지 장식한다. 이러한 기와집은 궁궐이나 사찰, 양반댁들이고 대게 양민의 집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엉이나 짚을 올린 초가집이었다. 그런데 지역적 특색에 따라 독특한 재료를 쓰기도 했다. 산간지방 일부에는 두꺼운 나무껍질로 지붕을 이은 굴피집도 있고, 널찍한 나무판을 올린 너와집도 있다. 우리 지역에도 진안, 장수 등 산간지역에서 돌로 만든 너와를 올린 건물들이 발견된다.

돌너와는 지붕을 이을 때 견고하여 쉽게 깨지지 않고 습기가 차지 않으며 해충의 피해가 없고 내구성이 좋다. 주로 점판암이 많으며, 물이 잘 빠지고 견고하여 수명이 길다. 정자 및 건물 등을 비롯해 일부 민가 등 곳곳에서 돌너와집이 드물게 발견되는데, 재료의 수급 및 관리가 쉽지않아 귀중한 민속자료인 돌너와집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오늘은 진안, 장수지역에서 발견되는 돌너와를 올린 특색있는 목조문화유산 몇 곳을 소개한다.

먼저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한 영모정(永慕亭)이다. 고종 6년(1869년), 효자 신의연의 효행을 기리고 본받기 위해 세워졌으며,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느티나무 숲속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다. 정자건물에 일반 기와가 아닌 돌너와를 사용했으며, 누각 아래 정면부 기둥은 거북이 머리 모양의 원형초석을 사용한 것도 특색있다. 영모정 주변으로 노촌호와 성수산이 위치하고 물길따라 쌍계정, 만취정 등 여러 정자가 있는데, 이곳 정자는 돌너와를 사용하여 투박하면서도 자연과 어울어지는 모습이 더 특별해 보인다.

다음은 진안군 월운마을 앞 섬진강을 따라 약 1km 남짓 거슬러 올라간 곳의 천변 암굴 내에 위치한 수선루(睡仙樓)이다. 조선 숙종 12년에 연안송씨 네 형제가 선대의 덕을 추모하고 도의를 연마하기 위해 세운 정자로, 바위틈에 절묘하게 자리한 것이 아늑한 자연에 감싸여 마치 그 일부와 같이 보인다. 이곳 역시 건물의 배면부에는 돌너와를 사용하였는데, 안과 밖이 달라 특이하며 위치의 특성상 진입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두움과 밝음이 대비되어 특색있다.

다음은 진안성당 어은공소이다. 진안지역의 첫 천주교 본당인 어은동 성당은 1909년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돌너와 성당으로, 우리나라 초기의 성당 건축 양식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건물은 유럽의 양식인 바실리카식 성당 평면요소를 현지의 재료와 한국적 방식으로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무엇보다 지붕에 얇은 돌너와를 사용하여 독특한 지역적 특색을 보여주는데, 신자들이 인근 산에서 등짐으로 직접 돌을 운반하였다고 한다.

다음은 장수군 천천면에 위치한 신광사 대웅전이다. 신광사는 성수산에 있는 절로 신라 흥덕왕 5년(830)에 무염국사가 지었으나 그 뒤의 역사는 전해지지 않으며, 조선 헌종 6년(1840)에 수리하였다는 기록만이 전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지붕 위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형태로 얇고 넓적한 돌을 깔았으며, 지붕의 맨 윗부분인 용마루에만 기와를 얹었다.

다음은 장수군 천천면에 위치한 효자김경손 김흘정려각으로, 조선 초기 예조판서를 지낸 김남택(金南澤)의 후손인 김경손(金敬孫)과 김흘(金䏌)을 기린다. 이들은 병든 부모를 극진히 간호하고 돌아가신 후에는 정성스럽게 상을 치러 효자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 후기의 유교정책과 문중활동을 잘 보여주는 예이며, 규모는 작지만 지붕 재료에 돌너와를 사용한 지역적 특색이 나타나 여타 정려각과의 다른 특색을 보여준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3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 및 도지정 국가유산,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문화유산의 재질별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 등을 진행하여, 국가유산의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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