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인문학 속 클래식]…… 그림 속 클래식 vol.1-1

1. 바로크에의 동경(憧憬) - 1
“예술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처음 내게 일깨워준 것은 루벤스를 향한 네로의 동경이었다”

기사 작성: 이주용 - 2024년 06월 03일 18시47분

-그림 속 클래식

필자의 연구실 피아노 위엔 몇점의 그림이 걸려있다. 피아노 레슨 중 설명보단 음악적인 영감이 필요할 때 그 그림들을 자주 언급하는데 ‘저 고흐의 그림처럼 음악이 더 구불구불하고 에너지 있게, 살아있는 소리를 내봐’,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화음들이 더 은근하고 서로 섞여있게 해보자’라고 말하며 잠시 그림을 보게하면 금새 학생들의 소리에 생동감이 생기고 훨씬 매력적인 음악으로 변모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처럼 음악과 그림은 예로부터 서로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실례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된 걸작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전람회의 그림’,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드뷔시의 ‘바다’가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로는 화가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칸딘스키의 ‘인상 3(콘서트)’ 등이 있다.

몇 회에 걸쳐 ‘그림 속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음악사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와 화가를 연결지어 생각해보고 그들의 작품을 재발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활약했던 바로크(Baroque)시대이다.

‘바흐(Johann Sebastian Bach)’

-음악의 아버지, 바흐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로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J.S.Bach,1685-1750)가 있다. 바흐는 독일 유서 깊은 음악 가문의 후예로 태어나 활발히 활동했으며 수많은 걸작들을 음악적 유산으로 남기며 후대의 음악이 더욱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든든한 뿌리 역활을 한 작곡가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사후 점점 잊혀져가던 중 약 100여년 후 낭만시대의 대표적 작곡가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 악보를 수집해 무대에 올리며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바흐의 삶과 작품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세상의 서양음악이 모두 없어져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만 있으면 다시 재건할 수 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건반악기의 구약성서’ 등의 말은 바흐 음악의 위대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표현이 합당할만큼 당대의 음악양식을 집대성하고 새 질서를 확립해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서양음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다.

‘루벤스(Peter Paul Rubens)’/‘십자가에서 내림’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 루벤스

바로크 시대의 미술에는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반 아이크, 베르메르 등 많은 뛰어난 화가들이 많았으나 빼놓을 수 없는 화가가 있었으니 바로 플랑드르(현 벨기에)의 대표적 화가 루벤스(P.P.Rubens,1577-1640)이다. 루벤스는 바흐보다 약 100년 앞서 활동했으며 바하의 활동반경이 독일 동북부 지역에 한정된 반면 루벤스는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 온 유럽을 배경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화가로써 높은 명성을 쌓았다. 또한 온화한 성품으로 각국 왕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유럽을 누비는 외교관으로도 활동하였다. 그의 그림은 강한 역동성, 색감, 관능미가 특징이며 대표작으로는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십자가를 세움’, 십자가에서 내림‘등이 있다.

-플랜더스의 개, 네로의 동경

필자가 루벤스를 알게 된 것은 어린시절 TV에서 방영된 만화영화 ‘플랜더스의 개’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1872년 발표된 소설가 위다(Ouida)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며, 벨기에 플랜더스(Fladers, 현 벨기에 플라망 지역) 지방의 조그만 마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네로(Nello)와 개 파트라슈(Patrasche)의 이야기이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화가의 꿈을 꾸며 꿋꿋하게 살아가던 네로는 어느 날 할아버지를 잃고 그토록 소망하던 미술대회에서도 낙선했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도 쫓겨나 결국 성당의 한 제단화 앞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평소 두터운 휘장으로 가려져 있던 그 제단화는 바로 전설적인 화가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림’이였는데 가난했던 네로는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했던 은화 한 닢이 없어 꿈에 그리던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없었다. 생의 마지막,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자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고 발자국을 뒤쫓아 온 파트라슈 또한 네로와 함께 그 앞에서 생을 다하게 된다. 너무나 순수했던 이 두 영혼은 천사들의 손길에 의해 하늘로 함께 올라가게 된다.

어린시절 이 장면을 보며 TV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네로를 괴롭히는 어른들에 참으로 분해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니 예술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생애 처음 내게 일깨워준 것은 네로의 열정과 동경이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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