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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춘분의 풍경을 담은 고창 향산리고인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5일 14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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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은 춘분이었고,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동일하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태양의 황경이 0이 된다. 즉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지점이다. 춘분 이후부터 본격적인 농경을 준비하고 씨 뿌릴 준비를 하며,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도 행했다. 춘분에 예수의 사망과 부활 사건이 있었다하여 기독교도 매우 중요시 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과 춘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반도의 많은 고인돌들이 춘분을 담고 있고, 이 날 고인돌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선사인들은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고인돌을 세웠다. 그들은 영산기맥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이 어떻게 절기마다 움직이는지 하루도 쉼 없이 조사하여 고인돌 축조에 반영했다. 동지에서 시작하여 춘분을 지나 하지에 이르고, 다시 돌아 추분을 지나 동지에 이르면 한 해가 지났다. 제사장이나 권력자들은 시간의 정보를 부족민들과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확고한 권력을 소유했다.

이들은 춘분의 일출에 맞춰 부족민들에게 보여줄 태양숭배의 시간적 시각적 공연이 필요했다. 하늘의 해를 숭배했던 이들에게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의 단순함만 보여줄 수는 없었다. 매일매일 해나 별의 움직임을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그들은 천체를 관측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를 선정했다. 고인돌 설치의 최적지는 행성의 움직임과 산봉우리나 계곡과 같은 주변의 지형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천체를 반영할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시간의 기준이 되는 동지점, 춘분점, 하지점, 추분점의 일출지점과 별자리 관측이 중요했다. 가급적이면 계곡이나 봉우리에 태양의 일출지점이나 별이 뜨는 곳에 맞췄다. 이들이 하는 의례행위가 고인돌을 통해 더욱 장엄하고 웅장해졌다. 신성하거나 빼어난 봉우리에서 태양이 떠오르도록 하고,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천제단 고인돌을 설치할 최적지였다. 건장한 남성 부족민들이 산에서 바위를 떼어 옮겨 왔다. 권력자는 춘분의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를 미리 선정한 후 받침돌을 세웠다. 받침돌은 정확하게 춘분 일출 지점으로 맞췄고, 받침돌 주위를 큰 돌로 받치고 흙으로 메워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커다란 덮개돌을 앞과 뒤로 정한 후 앞면을 춘분 일출 지점으로 향하도록 했다. 메운 흙과 돌들을 치우고 깨끗하게 정리하여 춘분에 맞춘 향산리고인돌을 완성했다.

완성된 향산리고인돌 위로 부족민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물을 올렸다. 영산기맥에서 서서히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주민들은 엎드려 절을 하며 태양신을 맞이했다. 눈부시게 밝은 태양은 네 개의 받침돌 사이로 정확하게 들어왔다. 화려한 복장을 한 부족장은 청동거울을 목에 걸고, 손에 종을 들고 태양신을 맞이했다. 하늘에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고천제를 올렸다. 부족장의 간절한 고천낭독 후 부족민들은 옹기종기 모여 준비한 음식과 술을 나눠먹으면서 농사정보를 주고받는다.

고창 향산리고인돌은 선사인들이 하늘과 땅의 춘분 풍경을 제례로 승화시킨 천제단이자 한 해의 풍년을 간절히 염원하는 소망을 하늘에 알리는 신성한 성물이었다. 본래의 생명력을 잃고 그저 한 기의 돌덩이가 되어 버린 고인돌. 누가 그랬던가 고인돌은 무덤이라고, 조금만 생각하면 고인돌이 무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터인데 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늘만 바라본 선사인들이 오묘한 천체 움직임을 땅과 결합한 총합실체가 고인돌이었다. 향산리고인돌의 일출이 말하는 것은 선사인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하늘을 이해하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과거의 유산이자 현재와 미래의 자산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이는 태양과 무수한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정리하여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고인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세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창조물이었다. 향산리고인돌 받침돌 사이로 떠오르는 춘분의 일출은 선사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려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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