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22대 총선 앞두고 여론조사 공해, 전화벨만 울려도 짜증

여론조사로 여론 지지율 끌어올리고 공천은 여론조사로 마무리
도내 전역 언론사 여론조사 앞두고 대비령에 유권자들 몸살
구체적인 전화번호까지 공유, 전화 횟수 제한 필요성 제기
궁극적으로는 민주당 경선 방식 변화 필요성, 직접투표 부활론까지 제기

기사 작성: 강영희 - 2024년 01월 29일 16시28분

“지금 여론조사 진행중입니다. 000선택 지인 전파. 02로 전화가 오면 참여 부탁드립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공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여론조사 응답 요청 전화 뿐 아니라 시시 때때로 울려대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요청 소리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실시하는 적합도 조사가 끝나자마자 29일부터 도내 언론사가 시행하는 여론조사에 대비하라는 메시지와 전화가 줄을 이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시기와 조사 방식, 전화번호, 샘플 수까지 언급된 카드뉴스를 각 후보 캠프별로 제작, 살포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위해 걸려온 전화번호를 빼고 나머지 정보들은 사전 입수된 것으로 지지층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실제로 여론조사 실시 시기와 시간 등을 미리 알려주고 대응하게 하는, 이른바 도내 정치권의 여론조사 대기조 방식은 관행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여론 지지층, 즉 국민 호감도를 파악하려는 여론조사의 취지보다는 사실상 여론조사 충성도가 두터운 후보군을 가려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안심번호 여론조사의 경우 그동안 청구지 이전을 통한 조작 가능성과 1인당 최대 9대까지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왜곡 우려가 있어 꾸준히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안심번호 추출 과정에서 20대 및 노년층의 활용 빈도가 높은 알뜰폰 번호는 취집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을 만드는 기이한 경쟁 구도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접전을 보이고 있는 선거구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자체 해석한 카드뉴스 및 메시지 배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상대 진영의 고소 고발전도 이어지고 있다. 유성엽 예비후보 사무소가 윤준병 의원을 정읍경찰서에 고발한데 이어 정동영 예비후보측도 김성주 의원 관계자를 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각 후보진영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더욱이 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에서 일반국민 안심번호 여론조사 비중을 기존 50%에서 50% 이상 반영으로 늘리면서 각 후보진영은 여론조사 대응 강도를 더욱 높일 태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 공천시점까지 이 같은 여론조사 홍수, 공해에 가까운 전화 및 메시지 요청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선거여론 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여론 조사기관 등록제 시행 초기 전국 기준 27곳이었던 여론 조사기관은 올해 기준으로는 88곳까지 늘었다.

조사기관이 늘면서 전화조사도 폭증했는데 전국 단위로 가장 최근 열렸던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선거운동 개시일(5월 19일)부터 여론 조사 결과 공표 금지일 전날(5월 25일)까지 7일 동안 여론 조사 전화 횟수는 총 1,624만5,204통에 달했다.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궁극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의 경선 방식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혁신’의 초점은 현역의원 교체와 기득권 포기 쪽으로 맞춰지며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과 공천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도내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바닥민심을 제대로 담아내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활용돼야 하는데 몇 해 전부터 여론을 만들고 공천을 받는 도구로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결과적으로 여론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며 “과거 체육관에 모여 직접투표를 하는 방식이 더 공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의 공천 기법은 신뢰도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인사는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전화 공해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각 후보캠프가 보낼 수 있는 문자 메시지 및 전화 통화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서울=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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