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고난과 고행 딛고 일어나는 힘을 가졌으면”

군산 출신의 한국문인협회 전 이사장, 문효치 시인을 만나다

기사 작성: 이승주 청소년기자 - 2024년 01월 17일 15시46분

지난 14일, 청소년기자단과 역사 자치기구 어스토리는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하 문효치 시인)을 만났다. 문인으로서의 인생과 그동안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옥구면 남내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 방문했다. 이 날 인터뷰는 달그락마을방송 청소년 역사코너 ‘히스토리 온:에어’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지역의 향토사를 인물 중심으로 돌아보는 탐방 순서로 진행되었다.

문효치 시인은 1996년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문단에 올랐으며, , , , , , , 등 시집을 펴냈다.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현대시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및 이사장, 동국문학인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어스토리 역사 자치기구 청소년들과 문효치 시인의 일문일답이다. /이승주 청소년기자

△ “우리가 흔히 벌레나 풀, 나무 등을 보고 미물이라고 말해 버리는 것, 잡초나 잡목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중대한 인식의 오류다. 오만이고 편견이다”라는 문효치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사상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시멘트 계단 사이에 자라난 풀을 밟았을 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쳐다보았더니 조그마한 풀꽃이 자라고 있었어요. 여름에 뜨겁게 달궈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더라도 그 풀들이 아무 없이 자기의 생애를 살아가며 잎도 내고 꽃도 내고 씨앗도 맺으며 자기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신비스러웠어요. 생명이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벌레나 잡초라고 폄하하고 있는 생명체들도 모두 신비스럽고 가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최소한으로 해충들을 퇴치하되, 완전 박멸해서는 안돼요. 해초와 독충도 자연 생태계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링컨 대통령의 전기에서도 생명에 대해 애정을 보내고 존중하는 사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음식을 먹을 때 음식도 생명이니 굶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최소한의 것을 취하더라도 함부로 무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 오늘날이 시민들이 가져야 할 생각이나 사상이 있을까요?

- 시민의식은 생활하면서 서로 도우면서 또 상대방의 남의 어떤 불편을 끼치지 않고 그러면서 함께 살아나가는 게 시민의식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종종 우리는 이기주의에 빠질 때가 있어요. 남의 불편은 생각하지 않고 내 편리만 생각하고 그런 것이 있죠. 남을 의식하면서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편이 되지,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쓰레기도 한번 버릴 수 있고, 교통법규도 잘 지켜야 되고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될 시민의식이 아닌가 생각해요. 너무나 기본적인 얘기 같지만 그 기본이 잘 지켜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 시를 쓰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나요?

저는 시를 쓸 때 중학교 국어 선생님의 말을 지금도 떠올려요. 시를 쓸 때 인생, 대자연 같이 너무 큰 제목을 정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예를 들면 분필, 연필, 개미 같이 작은 제목을 잡아 그 작은 사물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아야 해요. 또 하나, 그 선생님의 말씀에는 ‘살짝 가려진 것이 더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완전히 노출돼 있는 것보다는 살짝 가려져 있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었고, 그 두 이야기가 시를 쓰는 데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개미가 땅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아가는 것을 보고 먼 길을 향한 일심으로 목표를 향해서 가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오체투지를 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거죠. 상징으로 말하는 거예요.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우리는 설명이라고 해요. 설명이 아니라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 상징으로 말하는 것, 이미지로 말하는 것 모두가 간접적인 표현이고 가려진 언어예요. 그런 점에서 제가 스승으로 생각한 서정주 시인은, “시인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늘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더 새롭게 쓰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뜻이에요. 내 시에 대해서 늘 반성해야 하고, 그래야 반성이 있어요. 다만 내 시에 대해서만 반성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먼저 쓴 선배 시인들은 어떤 점이 뭐가 잘못된 게 있나 하고 그것도 한번 검토해 보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어요.

△ 지금까지 쓰셨던 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있나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와 선생님께서 좋아하는 시가 다른 경우가 많아 궁금해 질문드립니다.

- 내 주변에서 이제 친구나 남자들이나 제자들이 또는 일부의 일부 어떤 작가들이 내 시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거는 사랑이 어디든 가서라는 시 같아요. 그 시가 작곡가가 거기다가 이제 곡을 붙여서 가곡으로 만들어 가지고 그 곡이 좀 좋아요.

내가 애착이 가는 와 시와 남이 좋아해 주는 것이 달라요. 근데 내가 애착이 가는 시은 사실 별로 없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면 그래서 내가 애착이 간다. 모든 시에 애착이 간다고도 할 수 있지만 흔히 그렇게 얘기하잖아요. 신은 내가 낳은 새끼다 이렇게 말을 해요. 시인들이 그러니까 내 새끼니까 다 예쁘죠.

△ 문효치 선생님께서는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삶이 뭐라고 하는 거에 대한 답은 영원히 답이 없어요. 철학자들이 하는 연구는 ‘인생이란 무엇이냐’, ‘어떻게 살아야 되냐’ 그게 연구 대상이 하나 근데 누가 그 정답을 하나 말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이제 철학 공부할 사람이 없지. 근데 계속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나오는 거는 아직도 답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답이 없어. 지금 저는 이제 나름대로 약간 운명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물론 우리가 노력을 해서 뭔가를 성취하는 것도 있지만 이미 어떤 위대한 어떤 존재가 내 운명을 정해놓으면 그 운명의 시간표에 따라서 내가 이렇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봐요. 주변에서 아무리 노력하는 사람, 수용하는 사람이 100명이라고 하면 그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한 다섯 명 될까 그렇죠. 이런 걸 생각을 해보면 이 인생이라는 게 자기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정해져 있는 운명의 시간표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러분들은 젊으니까 도전해야 돼. 인생은 도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예요. 목표를 정하고 그를 위해 도전해야 해요.

△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시기에,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백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그러니까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그 사람의 삶의 궤적도 다르죠.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자기의 삶이 굉장히 힘들게 어렵게 엮어 나와 있는 나도 내 삶이 굉장히 힘들고 어렵게 엮어져 나왔어요. 그래서 제 삶을 고행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이런 말이 있어요. 아픔, 슬픔은 그 사람의 능력이에요. 특히 시에 있어서는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어떻게 내가 느끼고 고통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외로움을 어떻게 내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무너지기도 하죠. 탈선해서 남을 해치거나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강인하게 의지를 갖고 이겨내야 해요.

△ 누군가에게 노력을 하라고 이야기할 때, 흔히 ‘죽을 힘을 다해 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죽고자 하면 살 것이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이순신 장군님의 말씀은 죽을 것을 각오하고 덤비면 산다는 것이죠.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데, 그게 아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삶 속에서 이런 모순적 진리가 있어요. 죽을 각오로 공부하고 노력한다는 것은 목숨을 다 끊고 끊어질 때까지 하라는 거는 아니잖아요. 죽음의 경지에 다다를 만큼 마지막 힘을 다 쏟아내라 그런 얘기죠. 약간 과장되었을 수 있지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기를 권해요.

△ 현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최빈국의 어린이로 자랐어요.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전쟁이라고 하는 6.25 한국전쟁을 경험했고, 그리고 4·19혁명 5·16을 거쳐서 민주주의 시대 시민이 됐고 지금은 선진국 국민이 됐어요. 그러니까 아주 다양한 나라의 변화를 다 나라의 환경의 변화라고 할까, 이런 거를 다 경험을 하면서 살아서 지금도 후진국 시대의 기억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뭘 하나라도 버리면 아깝고 뭘 아껴야 되고 그런 게 있어요. 지금도.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청소년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선진국 국민으로 살고 있어. 그러니까 얼마나 행복한 거야. 그러니까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 긍지 이거를 가져야 돼. 근데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를 갖는다는 것은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선진국의 시민의식을 가져야 됩니다. 그렇게 살기를 원합니다.

어스토리 역사 자치기구의 장시우 청소년(16, 남)은 “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가려져있는 것이 아름답다. 고난과 고행이 있어야 단단해진다. 라는 말들이 나의 삶에 큰 파도를 일으킬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준엽 청소년(16, 남)은 “인생은 도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취재후기

: 시인 분을 직접 뵙고 인터뷰하면서, 어려움이 많을 시기였음에도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이야기도 듣고 시집도 선물받는 등 환영해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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