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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인공지능, IoT, 그리고 파괴적 혁신


기사 작성:  김동원 전북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 2016.04.13 17:27

삼성전자는 지난 4월5일 세계 최초로 10나노급(18나노) 8Gb(기가비트) DDR4 D램을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로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숫자가 낮을수록 생산성이 높고 처리속도가 빠르지만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10나노급 D램을 생산하는 데는 3가지 핵심기술이 활용되는데, 4중 포토 노광 기술과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 그리고 초고집적 설계기술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45%를 넘고 있으며, 금년도 1사분기에는 영업이익이 6조 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과 달리, 한편에서는 삼성의 위기론이 계속 이야기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 수익 현황을 보면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투자 계획과, 미국, 대만 등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샤오미나 화웨이에서 출시한 중저가의 휴대폰에도 시달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진 2007-2008년의 금융위기 무렵, 한국 경제에 대한 칭찬은 커녕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크리스텐슨 교수이다. 한마디로 "선두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조선, 반도체, 자동차, 철강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에 이르러 있는 한국은 이미 위기상태인 것이다. 정점에 이르면 예전과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고, 중국이나 인도, 브릭스 같은 신흥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단하게 제품 혁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삼성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혁신에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존속적 혁신은 과거보다 더 나은 성능의 고급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목표로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보다 높은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을 말하고, 파괴적 혁신은 현재 시장의 대표적인 제품의 성능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도입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최근에 삼성이 새롭게 개발한 D램 제품은 존속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존속적 혁신은 고객의 기대치가 높고 까다로운 프리미엄 시장에서만 통하며,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폰의 생산을 고민하고, 중저가 폰을 생산하던 팬텍이 재기를 꿈꾸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이다.

실제로 실리콘을 제조하는 미국의 다우코닝이라는 화학회사는 중국 기업들이 유사한 제품을 20%나 저렴하게 출시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에 파괴적 혁신 전략을 도입한 바 있다. 즉, 모든 주문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주문을 받은 뒤에 생산하고 배송하는 모델을 새롭게 도입하여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 시장을 동시에 확보해 나간 것이다. 또한 인텔은 1990년대 말, 사이릭스(Cyrix)라는 기업이 값싼 프로세서로 시장을 시장위협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가의 셀러론(Celeron) 칩을 개발한 적이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스닥 기업인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램시마의 미국 내 판매를 승인받았다. 셀트리온이 만든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가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 약품의 세계 시장은 약 35조 원 규모인데 미국 시장은 그중에서 20조 원을 차지한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분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램시마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약10%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격 파괴를 통한 혁신의 성공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 시스코는 2020년까지 전 세계 기업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총 이익을 21% 성장시키고, 모든 분야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부동산을 포함한, 교통, 방범 방제, 교육, 헬스케어, 스포츠, 공공 안전과 보안, 운송, 건물, 공공 서비스 등의 모든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빅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그리고 신제품을 단시간에 디자인하고 생산해 내는 3D프린팅 등, 융합신기술의 신속하고도 광범위한 침투는 더 빠르고 강력한 파괴적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실로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폴 누네스(Paul Nunes)가 주장하는 빅뱅 스타일의 파괴적 혁신이 우리를 또 어떻게 놀라게 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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