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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치유농업, 마음의 온도를 회복하는 농촌의 미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2월 16일 16시57분

인간의 삶은 나이에 따라 본능과 역할이 달라진다. 보호받고자 하는 시기를 지나 흔들림과 욕망을 경험하고, 자기 자리를 세우며 세상의 가치를 이해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삶을 정리하고 단순화하는 지점에 이른다. 이러한 생애의 흐름을 돌아보는 일은 과거를 미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성찰하기 위함이다.

치유농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2021년 치유농업사 자격과정 이후 지난 5년간 심신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식과 치유 소재가 현장에서 축적되었다. 이용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농촌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오감 중심의 치유 요소를 구현하는 데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정원과 정돈된 공간, 음악과 미술, 근대사 소품,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제품은 연중 1만 명이 넘는 치유관광으로 이어졌다.

특히 장애인 주간보호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8회기 집중 치유 과정은 치유농업의 효능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였다. 첫 대면에서 느껴지던 어색함과 불안, 얼굴에 드리운 긴장은 반복되는 체험을 통해 점차 온화한 눈빛과 소통으로 변화했다. 회분에 꽃을 심고 나무 냄비받침을 만드는 경험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고, 서툰 글씨로 적은 감사 편지는 치유의 깊이를 말없이 증명했다.

몇십 년간 보호 환경 속에서 살아오며 감정을 드러낼 기회가 적었던 이들이 치유농업 체험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한 감성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이용객들은 이전과 다른 태도와 밝은 표정으로 일상을 대하고 있었다. 이 경험은 ‘정상’의 기준으로 행복을 판단하기보다, 각자의 행복을 지원하는 사회적 태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치유농업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골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사제동행 치유농업 체험에서는 숲속 대화, 보물찾기, 시 낭송, 인문학 특강을 통해 성장기의 감수성을 자연과 연결했다. 스트레스 지표의 전후 비교와 만족도 조사 결과는 치유농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었다.

국가는 정원법, 치유농업법, 숲치유법 등 제도 마련을 통해 농촌 자원을 활용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복지사회 구현을 도모하고 있다. 2026년 시행 예정인 치유관광법 역시 농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적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와 제도의 불일치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서비스업의 복합 산업이지만, 세금은 서비스업 기준을 적용받는 반면 규제는 농업에 묶여 있어 현실적 운영에 제약이 크다.

치유농업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탁상 위의 논의가 아닌, 성장 사례를 중심으로 한 정책 일관성과 적용성이 확보될 때 농촌의 미래 또한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치유농업은 마음의 온도를 회복하고, 농촌의 존재 가치를 다시 세우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농업회사법인 구절초힐링팜㈜ 임규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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