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사설] 익산 미륵사지, 스토리를 더 찾아라

“1,400년 만에 빛을 본 작은 칼”
국립익산박물관, 미륵사지 손칼 첫 공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24일 11시23분

지난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 보수 현장은 고대의 비밀을 품은 현장이었다. 석탑 1층 심주석을 들어 올리던 순간, 그 아래 드러난 사리공(舍利孔) 속에서 사리장엄구와 함께 낯선 작은 칼이 세상의 눈앞에 나타났다. ‘손칼(刀子)’이라 불리는 이 유물은 봉안 이후 무려 1,400여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1400년 전 백제 왕족이 썼던 단아한 ‘손칼’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 물소의 뿔로 만든 손잡이에 바다거북 등껍데기로 감싼 나무칼집을 갖춘 당대 최고급 공예품으로 평가된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지난 2009년 익산 미륵사터 석탑 사리장엄구에서 발견된 뒤 수년 간의 보존처리 작업을 거쳐 복원한 길이 15~17cm의 ‘손칼’ 8점을 23일 언론에 공개했다.

24일부터 시작하는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통해 일반 관객과 만나게 되는 이 손칼은 지난 2009년 미륵사터 서탑 해체수리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이다. 탑의 중심축인 심주석 아래쪽 심주석재의 상면 사리구멍에서 훗날 국보로 지정된 최고급 금제·금동제 사리항아리 갖춤(사리장엄구), 사리 봉안 경위를 적은 금판과 부스러진 상태로 함께 나왔다. 발견 당시 훼손이 심해 바로 공개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칼집과 칼 몸체 등의 외양을 갖춰 16년만에 내보이게 됐다고 한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내년 2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열고,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손칼과 관련 유물 총 105점을 선보인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찾은 손칼은 사리장엄 발견 당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알려진 바 있으나 실물 공개는 처음이다.

전시는 단순한 유물 공개를 넘어, 손칼이 지닌 문화사적 의미와 백제의 국제적 교류 흔적을 재조명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발견 당시 손칼은 부식과 손상으로 원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국립박물관(익산·청주·김해)이 협력해 5년간 진행한 정밀 조사와 보존처리 끝에 제작 기법과 재료가 하나둘 밝혀졌다. 3차원 X선 현미경 조사 결과 손잡이는 외래 수종의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일부는 물소뿔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칼집은 금박과 바다거북 껍질(대모)을 덧대어 장식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정교한 공예품이었다. 이는 일본 나라의 정창원(正倉院)에 전해지는 손칼보다 약 100년 앞선 제작 시기로, 백제 공예 기술의 선구적 위상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손칼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권위와 품격을 상징하는 장식품이자 불교적 공양물로 사용되었음을 강조한다. 부여 왕흥사지, 경주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손칼과의 비교, 불교 경전에 기록된 칼의 상징적 의미를 함께 제시하며, 백제인들이 작은 칼에 담아낸 신앙과 소망을 풀어낸다. 그리고 국제 교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미륵사지 손칼의 첫 공개라는 점에서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 역사유적지구 10주년을 맞아 미륵사지의 오랜 비밀이 드러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칼 속에서 백제 장인의 솜씨와 국제적 문화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인 만큼 더 많은 스토리를 찾아 국민들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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