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재학 시절 농악을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서 전주의 상징인 문화 전통을 그려보았다. 이젠 각종 조형물들이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살린 가운데 설치되면 얼마나 좋을까"
전주역 마중길 변에 주상복합건물 앞에 작품 '얼~쑤!!'를 설치한 박인선 정크아트(Junk art) 작가는 공공미술은 공공의 주체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미적 언어이다면서 미적 의도와 미의식이 동일화될 때 비로소 공공미술의 참다움 역시 생성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공공미술이 아닌 도시 흉물이 된다고 했다
도시의 환경과 이미지를 연출하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거리의 시설물, 광고 그래픽과 간판들, 경관조명, 건물의 전면, 환경조각과 각종 조형물은 물론 공원이나 수변·놀이공간등도 이에 해당된다.
이제, 복잡한 현대 도시의 거리는 일상적인 삶의 교차공간이며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매체와 형태는 사회의 단면, 즉 문화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작품은 열두 발 상모과 장고를 등장시키면서 국악인의 신명나는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 보았다. 이제는 가을인 만큼 하늘 닮은 사람의 역동적인 시나위와 하늘 담은 전주의 코발트색 하늘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만 남았다"
물채와 초리를 합한 길이가 대략 12발 정도 되는 긴상모를 열두발상모라고 한다. '발'이란, 약 5자(1.5미터) 정도인 바, 12발이면 약 18미터 정도의 길이를 가지는 상모다.
원심력을 이용, 상모를 돌리기 때문에 무게감이 필요하다. 종종, 엽전이나 자전거 체인 등을 이용하여 무게를 더해준다.
12발이라는 길이는 1년 12달을 상징하며, 농경 사회에서 풍요로운 한 해를 기원하는 기원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쁘게 돌아가는 뜀박질이 소용돌이에 휘돌리고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도는 것이 휘몰이다. 종종 발 디딤새가 단단해지면서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는 자반뒤집기에 혼을 다 빼앗기곤 했다. 자반은 생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에 절인 생선을 총칭한 것으로, 자반을 구울 때 앞뒤로 돌려가며 익히던 데서 그 모양을 빗대어 나타낸 말로, “몸이 몹시 아파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작품에 바로 이같은 의미를 담았다"
'갱 개개갱 갱 개개갱' 꽹과리가 흥을 돋우자 '덩 궁따궁 덩 궁따궁' 장구채가 좌우로 춤을 춘다. '둥둥둥둥'. '지잉지잉' 북과 징이 가락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이내 어깨가 들썩거린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기다란 흰 종이가 달린 열두 발 상모를 쓰고 나와 돌리기를 시작한다. 이에 질세라,종이가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자 박수가 터진다.
작품은 한이 있다면 상모놀이로 날려버리고, 서러움이 있다면 부포짓에 던져버리는 내용을 담았다. 시나브로 이 조형물이 삼백예순다섯날 언제나 더 길게, 더 널따랗게 열두 발 상모를 드리우는 모습으로 다가선다.
"도시의 구성에 미술은 오래전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때문에 도시를 색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공공미술은 시대의 흐름과 매체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환경미술과 유사한 개념이면서 더 폭넓은 의미의 공공미술은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는 작품을 지칭한다.
조형물을 조성하려면 건물과 조경, 공간과 조형물, 거리 시설물, 광고판과 각종 전광판 등 여러 가지 조형 형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검토 후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지역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지역 디자인의 공통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공간에서의 작은 행위 하나하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무질서한 간판, 화장실 찾으며 고생한 경험만 가지고 돌아간다. 공공디자인은 무개성하고 몰취미한 도시에 성격을 부여하는 일이자, 창의적이고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는 장소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담장 앞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기보다는 의자나 작은 화분을 놓거나 높은 콘크리트 담장보다는 낮은 나무 울타리로 개방감을 주는 것이 우리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 되고, 이것이 축적되면 도시 디자인이 삶의 문화가 되는 것과 같이 우리의 도시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교류의 공간이며 공공미술은 한 도시나 국가의 경쟁력과 아이덴티티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정크아트(Junk art)' 작가다. 이는 폐품과 잡동사니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이르는 말이다. 1950년 이후 산업 폐기물이나 공업 제품으로부터 작품의 소재를 찾으려는 작가들에 의해 미국과 유럽에서 등장한 정크 아트는, 갖가지 폐품을 만들어내는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부속품부터 여행 캐리어, 정수기 플라스틱 물통, 식기세척기, 폐타이어, 폐스테인리스 생활 용기까지…. 눈길 주고 시선 닿는 모든 게 폐기물이다.
그는 수명을 다해 버려진 폐기물이 정크 아트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덕진공원 둘레길의 마루장을 교체한 폐목으로 새가 비상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알바트로스가 위험하다'는 새의 자유로운 비상을 담았다. '알바트로스 날다', '환희', '날개', '북춤 추는 소년', '플라워' 등 작품이 참으로 다양하다.
‘알바트로스가 위험하다’는 폐농기계부품, 폐산업자재 등으로 알바트로스의 형상을 만들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버려진 고철에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부여했다는 평가다. '알바트로스'가 자유롭게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작품은 폐농기계 부품, 폐산업 자재 등으로 알바트로스 형상을 만들어 환경오염 심각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알바트로스가 위험하다’는 '2024 대한민국 환경사랑공모전' 정크아트 분야에서 대상을 받았다.
작가는 전주에 위치한 고물상을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재료를 공급받기도 하고, 또 다른 재료를 구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농기구 수리하는 곳 등을 샅샅이 찾아 다닌다. 그래서 고철이나 폐스텐레스스틸, 폐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동물과 곤충, 오토바이 등을 이야기 주제 삼아 다루고 있다.
작가는 “1950년대 대량생산과 소비가 만들어 낸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정크아트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예견한 작가들의 반란이었다”면서 “정크아트는 버려진 산업폐기물이나 생활 쓰레기 등 각종 잡동사니들을 이용한 조형 작업으로 시대 정신을 표현한다”고 했다.
이어 "도시사용자들도 공공시설과 공간 등을 깨끗이 사용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에코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등의 시대적 흐름을 우리 모두가 소통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문화, 예술, 환경, 교육, 체험이 융합된 공공미술ㆍ환경 이미지는 지역의 글로벌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구축하게 될 터이다"고 했다.
작가는 중등학교 미술교사를 지냈다.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 정크아트부분에 은상 3회,금상 3회, 대상(환경부장관상) 3회를 차지했다. 초,중,고,특수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됐으며, 2025온고을전국공모전 총감독으로, 현재 전주미술협회 수석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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