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직업,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씩 주어질 이재명 정부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기본소득은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 공동체 복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규모 재원을 풀어 지역 주민 소비촉진과 골목상권 활성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7개 군(郡)을 포함해 전국 69개 군을 대상으로 이 같은 기본소득 참여 희망자를 모집한다고 공모했다.
시범사업지는 평가작업을 거쳐 다음달 17일께 6곳 가량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곳은 내년부터 2년간 모든 주민에게 매달 한사람당 15만 원씩 지역화폐가 지급된다.
지자체들은 일제히 전담팀을 꾸린 채 공모전에 뛰어들 태세다. 특히 지역사회 이목이 집중된 국책사업, 더욱이 군수와 군의원 등 선출직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지방선거마저 임박한 탓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진안군은 지난 16일 그 시범사업 유치를 공식화 했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진안은 전북과 충청권에 물을 공급하려고 용담댐 건설이란 큰 희생을 감내해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그런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될 것”이라며 그 당위성을 설파했다.
무주군 또한 하루 뒤인 17일 황인홍 군수가 직접 전담팀 단장을 맡아 유치전에 합류했다. 황 군수는 “시범사업을 따내 군민들 삶의 질을 높이고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 기반도 마련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장수군, 임실군, 순창군 또한 마찬가지다.
장수군의회는 같은날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긴급 채택한 채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다. 군의회는 “인구 2만 붕괴 직전인 장수는 전국 최고 수준의 고령화를 비롯해 청년 유출과 일자리 부족으로 지역사회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임실군은 주민들까지 나서 범군민 운동으로 승화시켰다. 임실농촌주민수당운동본부 황호운 대표와 지도부는 18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책의 성패는 주민들의 공감대가 중요한데 임실은 3년 전부터 농촌 주민수당 운동본부를 구성해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해온 준비된 고장”이라고 강조했다.
순창군 또한 오는 24일 국회에서 열릴 농촌기본소득 포럼에 참석을 예고하는 등 시범사업 유치에 잰걸음이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기본소득은 민선 8기 순창군이 추진해온 보편적 복지정책의 완성형 모델”이라고 역설했다.
고창군과 부안군도 물밑에서 시범사업 유치에 공들이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19일 민주당 고창지역위와 정책협의회를 갖고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법 대표 발의자인 국회 농해수위 윤준병(정읍·고창) 의원 등에게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앞선 11일 법안 발의 직후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소득 불평등 완화, 인구유출 방지, 농어업의 다원적 기능 보전, 국가균형발전이란 다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포용적 성장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군도 조용히 응모안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말많고 탈많은 한빛원전과 새만금 간척사업에 얽힌 지역사회 피해 보상 차원에서 기본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할 것 같다는 후문이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지난 18일 도의회에서 대정부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삼아야 한다”며 논란의 한빛원전 안전 대책과 지역자원시설세 지원 방안을 강력 촉구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사회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단,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더라도 막대한 지방재정 부담은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국책사업이란 이름이 무색케 지자체 재정부담이 훨씬 더 크게 설계된 탓이다. 실제로 총사업비 중 국비와 지방비 비중은 40%와 60%로 구성돼 지자체 부담이 20%포인트 더 높은 실정이다.
전북의 경우 해당 지자체들 인구는 대략 2만~5만명, 연간 사업비는 각각 370억~900억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방교부세가 급감하는 등 재정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또다시 막대한 지방재정을 부담하게 된다면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 켜질 수도 있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정책사업화 하려면 국비 분담률을 상향 조정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전국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심함에 따라 앞서 전북자치도가 준비해온 ‘전북형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도입은 전면 보류됐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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