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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해킹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1일 15시26분

미국의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학생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로 깜짝쇼 벌여온 것이다. 그리고 이 행위를 핵(Hack)이라고 불렀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정선된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6년에는 9.11테러 5주년을 기념해 수십 미터 높이의 건물 위에 소방차를 올려 관심을 끌었다.

1960년대 초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MIT 학생들은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수정해 나갔다. 컴퓨터가 귀하던 시절이니 학교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밤에 컴퓨터 접근이 안 돼 연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몰래 접근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것도 일종의 핵이었고, 이런 행위자를 해커(Hacker)라고 불렀다.

최초로 수행한 사람은 모형철도를 연구하던 동아리 TMRC 출신의 리처드 스톨먼이었다. 해킹으로 연구를 지속한 그는 나중에 오픈 소스인 리눅스를 창안해 리눅스 진영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제2세대 해커는 ‘폰 프리커’로 불린다. 1970년대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군비 마련을 위해 전화세를 도입하려 하자, 무료 전화사용법을 유통시킨 사람들이다.

1980년대엔 컴퓨터에 침입해 자료를 훔치거나 삭제하는 제3세대 해커가 등장했다. 미국 국방망에 침입해 군사기밀을 소련에 넘긴 '카오스사건'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천 대의 컴퓨터를 한꺼번에 마비시킨 ‘인터넷 웜’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후 특정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거나, 사이버 전쟁의 전면에 나서는 제4세대 해커인 ‘사이버 테러리스트’나 ‘핵티비스트’로 발전했다.

해킹의 본래 역할은 보안의 취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등 긍정적이었다. 이와 다르게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훔치는 등 악의적인 행위를 ‘크래킹(Cracking)’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구분 없이 타인의 컴퓨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무단으로 침입해 데이터에 접속하거나, 정보를 열람, 복제, 변경하는 행위를 해킹이라고 부른다.

초창기 해커들이 감옥에서 풀려나면 곧바로 기업들이 모셔갔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그들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그런 사례는 없다. 이제는 국가기관이 나서 전쟁에 대비한 해킹 기술을 연구하기도 한다.

기업의 해킹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가입자 2,300만 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SKT 해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KT가 소액결재는 물론, 서버까지 침해를 당했다. 또 가입자 27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카드 보안코드가 유출된 롯데카드의 해킹 사건도 일어났다.

새로운 산업에는 그에 따르는 그늘이 있다. 컴퓨터와 모바일이 등장하면서 그걸 노리는 범죄도 계속 진화한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기술의 음과 양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니 정녕 좋은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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