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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고교학점제 개선책 시급히 제시해야!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9월 21일 15시23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우여곡절을 거처 최근 취임하였다. 전교조 1세대로 해직교사를 거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교육감 3선을 한 교육자로 최일선에서 삶을 살아왔다. 1990년대 해직교사 시절 부조리한 교육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여정은 현재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교육행정가로 평가받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고교학점제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학교 현장을 찾았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제대로 된 개선안을 제시할 것을 약속했다.

필자는 고교학점제에 대하여 제대로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교 현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폐지론까지 대두될 정도이다. 필자의 생각도 폐지론이지만 갑작스러운 폐지는 현재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조속히 획기적인 개선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집권 기간 고교학점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냈다. 당시 2022년 전면 시행 예정이었다. 전제조건은 현행보다 교사와 학습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교에서 학생수요에 필요한 과목을 개설하고 대학같이 과목을 골라 수강 신청을 한 뒤 수업을 받는 제도이다. 그래서 보통 인력과 공간이 적어도 현재보다 1,5배 이상 확보되어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중론이다. ‘과목 선택권 확대, 교육과정 다양화’를 핵심으로 그 취지를 이야기하였지만,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를 감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올해 전면 시행되었다.

실제 과거 정책들이 시대 상황에 맞게 제대로 진행되었으면 쉽게 안착했을지도 모른다. 과거 과목 선택권 확대, 교육과정 다양화를 기치로 2000년대 초반 제7차 교육과정 이동식 수업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 교과교실제가 수많은 학교에서 실시되었다. 교과교실제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학교가 증·개축되고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는 7년 동안 운영한 후에 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했다. 실은 고교학점제라는 것이 제7차 교육과정 이동식 수업, 교과교실제와 취지가 다르지 않다. 앞선 제도가 잘 정착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고교학점제로 가는데 어려움도 없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과거 문제풀이식 교육이 사라지고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면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부족하다. 내신 5등급 상대평가 시행, 정시 수능 비중 유지 등도 교육 정책적인 면에서 큰 걸림돌이다. 더욱이 고교학점제는 1학년 때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고 2학년부터 맞춤형으로 선택과목을 정해서 수강하는데 정작 대학교는 무전공학과를 확대한다고 한다. 작년 무전공 선발은 전체 모집인원의 28.6%인 3만 7,935명을 선발했다. 그러면 굳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겠는가? 너무나 엇나간 정책이다.

특히 올해 고교학점제는 무엇보다 ‘이수·미이수제’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는 학업 부진 학생을 구제하자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교사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 학교 현장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더 나아가 교사들의 수업 부담도 늘어 특히 사회·과학 교사들은 4~5개 과목까지 가르치는 상황이 이르렀다. 이 부분은 제일 먼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교육정책이 좋은 취지로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된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상황이라면 고교학점제 역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학교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내신 5등급 상대평가와 무전공 선발 확대 등 고교학점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도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장기적으로 교사 인력 확보와 공간확보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신뢰 속에서 추진될 수 있다. 그래서 시급히 고교학점제 개선책이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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