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26일 개막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을 주제로 50개국 3,100여 명의 작가 참여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24일 10시21분

1997년 시작해 올해 30주년을 맞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26일부터 내달 2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도내 14개 시군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15회 대회로, 50개국 3,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서예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한문 위주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한글 서예를 중심으로 구성해 독창성과 문화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97년 처음 열렸다. 세계적인 대학 스포츠 행사인 ‘97 동계 유니버시아드(U)대회’를 유치한 전북이 외국인들에게 보여 줄 지역의 문화예술 축전행사로 개최했다.

첫 회부터 국내외 서예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 서예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전북문화예술의 세계화에도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자치단체 전시행사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국제적인 예술행사로 자리잡은 모범 사례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매회 전 세계의 명망 있는 서예 작가가 앞다퉈 출품했다. 제1회 왕둥링(王冬齡·중국)을 비롯해 시무라 미쓰시(일본), 박원규, 이화자 등 그랑프리 작가 14명을 배출했다. 이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 국제적인 작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북이 세계 유일의 서예비엔날레 개최지로서 서예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글 서예의 세계화를 앞장서 이끌면서 국제적인 인재 교류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서예 간의 거리를 좁혀 서예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한국 서예가 국제 서예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도 했다. 해외 주요 도시와의 전시 교류, 국제세미나 등을 통해 문화외교를 수행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드높였다.

2025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주제를 ‘정중동(靜中動)’으로 설정한 것은 서예의 본령에 대한 자각과 재해석을 통하여 미래 서예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의미에서다.

‘정중동(靜中動)’은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다”는 말을 요약한 것이다.

정(靜)은 본체적이고 내적인 것으로 앎, 본성, 본질, 침착성, 원류 등의 의미로 풀이한다면, 동(動)은 지엽적이고 외적인 것으로행동, 감정, 변화, 통쾌함, 확장성 등의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중동’은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가운데 음이 있음과 같이 사려 깊은 행동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앎과 행동의 합일, 본성과 감정의 조화, 본질을 잃지 않는 변화, 침착한 가운데 통쾌함, 전통에 입각한 확장 등과 같이 변증적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재해석해 볼 수가 있는바, 여기서는, ‘잘 갖추어진 서예 정신을 토대로 펼치는 자유로운 창작’을 역설하고자 ‘고요 속의 울림’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1, 2층에서 열리는 메인 전시인 '자연, 사람, 한글 먹빛전'은 국내외 231명의 작가가 참여해 한글서예와 회화·미디어 등 타 장르를 융복합한 작업을 선보이며, 한국서예의 세계화를 모색한다.

전북예술회관 전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은 1,000명의 서예인이 종교 경전을 필사한 대규모 공동 프로젝트 ‘천인천경(千人千經)’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기독교·천주교·유교·원불교 등 종교의 경건함과 예술적 감동을 아우르는 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중앙전시실에서 개최되는 'K-SEOYE ART전'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4명의 청년 작가가 참여,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을 선보인다.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지난 1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청년 시대소리-정음(正音)전:은 20명의 신진 작가가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젊은 시선을 한글서예로 풀어낸다. 개별작품 40점과 공동작품 3점이 전시된다.

오는 27일과 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국내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 중국, 인도, 대만, 러시아 5개국의 대표 석학들이 ‘한글서예의 매력과 세계화의 길’,‘한글서예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발전 방향’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강암서예관에서는 고(故) 강암 송성용 선생의 시문집을 테마로 국제서예가협회 회원들이 참여한 ‘강암 시문전’이 열려 서예의 정신적·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국내 서예작가 100여 명의 작품 167점을 만나볼 수 있다.

부대 행사론 학생 서예 공모전, 전문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체험 부스, 그리고 서예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아름다운 한글서예 갖기 운동'이 준비돼 있다.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은 “이번 비엔날레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의 뿌리를 두고 시대와 함께 확장하는 전시를 지향한다”면서 “서예가 타 장르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예술적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막식은 26일 오후 3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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