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 순창고추장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30일 10시11분

불볕더위로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있다. 지금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기계의 도움을 받아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조선시대 우리의 조상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야 했다. 영조는 타고난 허약 체질로 알려졌다. 때문에 영조는 보리와 복분자, 미숫가루를 자주 섭취했다. 항상 보리밥을 먹었고 잦은 설사와 복통을 극복하기 위해 보리와 복분자가 들어간 미숫가루를 즐겼다.

조선시대에 무더위가 찾아오면 왕들은 여름 과일을 즐겼다고 한다. 수라상에는 매일 수박 1개와 참외 2개가 올랐다. 또 내의원에서 만든 제호탕이라는 음료도 자주 마셨다. 제호탕은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매실과 백단향 나무, 한약재인 축사, 생강과의 초과, 꿀을 넣고 중탕한 것을 말한다.

성종은 더위 먹는 병인 서증(暑症)을 심하게 앓을 정도로 더위에 약했다. 그는 열한 살 무렵 한명회 집에서 살던 때 더위를 먹어 기절한 이후, 여름철만 되면 서증 때문에 경연(經筵·임금이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ㆍ연마하고 더불어 신하들과 국정을 협의하던 일)과 정사를 중지할 정도였다. 성종은 더위를 어떻게 이겨 냈을까. 그가 택한 무더위 극복법은 밥을 물에 말아서 먹는 수반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수반에 대해 신하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는 원상 김질(金礩)이 여름만 되면 밥을 물에 말아먹는 성종을 보고 “비위(脾胃)는 찬 것을 싫어하므로 수반이 비위를 상할까 염려됩니다”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성종은 “경의 말과 같다면 매양 건식(乾食·물이나 국이 없이 마른반찬으로 밥을 먹음)을 올려야 하겠는가?”라며 타박하기도 했다.

문헌에서 고추장을 처음 기록한 것은 1740년이다. ‘수문사설’이란 책에는 전라도 순창고추장을 소개한다. 고추 특유의 풍미가 진하고 달콤한 데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승정원일기에 고추장 기록이 있다. 영조는 "고추장이 일찍 나왔으면 왕에게 올리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고추장이 궁궐 반찬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영조는 고추장 예찬론자였다.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살아난 기억과 입맛 때문이었다. 입맛을 사로잡은 고추장은 사헌부(검찰) 간부인 조종부 집에서 담근 것이었다. 영조는 70살을 넘어서도 고추장을 즐겼다. 송이나 생전복, 꿩고기가 밥상에 오를 때 반드시 곁들여 먹었다고 한다.

영조는 ‘골골백세’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허약 체질로 소화기도 약해 설사를 잘하고 복통을 자주 앓았다. 그런 영조에게 신하들이 여름철 건강식으로 권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을보리로 만든 미숫가루였다. 영조는 처음에는 “나는 삼시세끼 보리밥을 먹고 세 번의 식사 이외에 다른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신하들의 강권이 이어지자 미숫가루를 먹기 시작했고 효험을 봤는지, 이후로 영조 10년 기록을 보면 복분자와 오디 그리고 하수오 분말을 넣은 미숫가루를 먹었다고 나와 있다. ‘미숫가루’는 쪄서 말린 쌀가루나 보릿가루를 뜻하는 ‘미시’와 ‘가루’가 합쳐진 말이다. ‘미시’ 자체가 쪄서 말린 가루를 뜻하므로 ‘미싯가루’는 ‘가루’란 말이 중복된 모양새다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한 잔이 생각나는 요즘이다.어제는 복날이지 않았나./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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