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가 2027년부터 관내 전 지역에 광역상수도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자체정수장에서 생산하던 수돗물을 폐쇄하고,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로 100%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익산시와 익산시의회는 시민 공론화 과정 없이 상수도요금을 2028년까지 매년 8.1%씩, 하수도요금은 매년 10%씩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금 인상이 시민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공공요금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4인 가구 기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면, 현재 월 수도요금은 약 3만 원, 하수도요금은 약 3만 3천 원 수준이다. 인상 계획대로라면 2028년에는 수도요금 4만 원, 하수도요금 5만 원을 넘어, 물 관련 공공요금만 월 9만 원 이상 지출하게 된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소규모 사업장은 이보다 훨씬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광역상수도 전환이 요금 인상으로 직결되는 구조는 분명하다. 수자원공사로부터 물을 구입하면 정수구입비와 물이용부담금이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으로 계산해도 익산시민은 매년 50억 원 이상의 추가요금을 감당해야 한다.
사실 이는 익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전역이 수도요금 구조상 심각한 불균형을 안고 있다. 환경부 국가상수도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전북의 평균 수도요금은 톤당 945.5원으로, 전국 평균 842.7원보다 약 12.2% 높다. 특히 정읍시(1,223.1원), 완주군(1,090.2원), 군산시(1,013.9원) 등은 톤당 1,000원이 넘는다. 단가만 높은 게 아니다. 전북 요금 현실화율은 67.4%로, 이는 곧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익산은 그동안 자체정수장을 운영하며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수돗물을 공급해왔다. 익산시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1톤당 1,056.5원이지만, 실제 요금은 773.5원으로 현실화율은 73.2%다. 전북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공급해왔다. 하지만 광역상수도로 전환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주시나 군산시처럼 광역상수도 100%에 의존하는 지역은 현실화율이 각각 94.7%, 95%에 이르며, 사실상 수요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익산시 역시 광역상수도로 전환되면 같은 수준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건 과거 익산 신청사 건립 당시의 기억이다. 당시 익산시는 “시 예산 한 푼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1천억 원 규모의 신청사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채까지 빌려 전액 시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금도 광역상수도로 전환해도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물 주권이 수자원공사로 넘어간 이후에는 비용 구조나 요금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익산시의 ‘공짜 논리’에 시민들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눈여겨볼 점은 요금 현실화율이 높으면서도 실제 요금이 낮은 지역은 대부분 자체정수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현실화율 92.7%에 평균요금 762원, 대전은 86.8%에 579.2원, 경기도는 82.5%에 710.1원이다. 자체정수장 운영이 효율성과 요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익산시는 정수장을 폐쇄하더라도 공업용수는 계속 자체정수장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시설 보수나 유지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공업용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단지와 기업에 부담을 안겨 지역경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해외 사례는 더욱 시사적이다. 일본 도쿄도는 폭염과 물가 상승에 대응해 최근 가정용 수도 기본요금을 4개월간 전액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단순한 물값 인하가 아니라 ‘생활기본권 보장’이라는 철학에서 출발한 조치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요금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시민 부담만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소한 시민 보호를 위한 생활요금 감면제도, 저소득층 지원, 공업용수 요금 안정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도심을 관통하는 익산 대간선수로 구간(팔봉.동산.인화.평화동 등)에 대한 수질관리 및 악취 방지계획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수돗물은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생명과 연결된 기본권이며, 물 주권의 문제다. 익산시와 전북도는 공공요금의 책임 있는 결정과 시민 참여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물값만 오르고 믿음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민에게 가장 큰 낭비다./임형택(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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