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사형수가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

생명 윤리 쟁점을 다룬 책,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를 읽고 토론하다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29일 14시22분

“사형수가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 군산여자고등학교 논술언론토론동아리 다온은 지난 10월 17일, 제이콥 M. 애펠의 책 를 읽고 그 중 ‘사형수에게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쟁점을 가지고 찬성, 반대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하였다. 토론은 약 30분 간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입장은 서로 모여 주장 발표 PPT를 만들고 내용을 논의하며 발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음은 발표에서 주장된 각 입장의 주장과 근거이다.

먼저 찬성 입장의 주장과 근거이다: 사형수는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있다.

근거 첫 번째, 모든 사람은 죄의 유무와 관계없이 소중한 생명 가치를 가지며, 치료받을 기본 권리가 있다. 이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료 행위는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장기 이식을 통해 사형수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성찰할 기회를 줄 수 있다.

근거 두 번째, 교도소 안에서 수감자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 적절한 의료 관리를 해줘야 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0조는 교도소장이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위생과 의료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제36조 1항은 수용자가 부상이나 질병에 걸렸을 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또,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며, 수형자도 이를 보장받아야 한다.

근거 세 번째, 의료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환자의 자율성과 악행 금지 원칙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필요에 따라 치료를 제공해야 하며, 범죄 경력은 치료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또한, 법적으로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장기 이식 대상자는 객관적인 의학적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정되어야 하며, 사형수라고 해서 이 기준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형수에게는 장기 이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찬성 입장은 주장했다.

다음은 반대 입장의 주장과 근거이다: 사형수에게는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없다.

근거 첫 번째, 사형수가 사회에 끼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일반 시민도 장기 이식을 받기 힘들어 귀한 장기를 사형수에게 이식 해준다는 것은 정의롭지 않고, 사형수라면 어차피 곧 사형이. 집행 될 텐데 굳이 장기 이식을 하여 범죄자를 더 오래 살게 할 필요는 없다.

근거 두 번째, 장기 이식은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료 자원이다. 이 상황에서 사회적 기여 가능성이 높은 일반 시민보다 이미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 귀중한 장기를 우선 제공한다는 것은 생명 자원의 공정한 분배 원칙에 어긋난다. 만약 생명 연장의 실험적 기회를 고려한다면, 사형수에게는 사람의 장기가 아닌 ‘이종 장기(동물 장기)’ 이식이 더 타당하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도 이종 장기 이식 연구가 진행 중이며, 부작용이나 사망 위험이 있어도 사형의 본래 목적인 사형수의 생명 박탈과 충돌하지 않는다.

근거 세 번째, 사형은 살인·전쟁범죄 등 가장 무거운 죄를 저지른 자에게 내리는 최후의 형벌이다. 무고한 생명을 빼앗은 가해자가,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받는다는 것은 피해자 및 유족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며, 사회가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 정의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로렌스 슈나이더맨 교수의 “흉악 범죄자에게 장기이식 혜택은 부당하다”는 발언처럼, 이는 사회 공동체의 정의감과 형벌의 권위를 심각하게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다온은 를 읽고, ‘사형수에게 장기를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라는 쟁점을 통해 ‘생명권’과 ‘형사 정의’, 그리고 ‘의료 자원의 분배’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전개하였다. 사형수 역시 인간으로서 기본적 의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장기 이식이라는 귀중한 공공 자원은 사회적 책임과 기여도가 높은 대상에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토론을 통해 단순히 찬반 입장을 나누는 것을 넘어, 장기 이식과 사형 제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얼마나 다양한지 깨닫게 되었으며, 생명 윤리 문제는 하나의 정답으로 결론 낼 수 없는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명확한 답이 정해져있지 않는 토론 주제인 만큼 더욱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앞으로 다온은 다양한 시각에서 생명 윤리와 같은 복합적인 쟁점들을 가지고 탐구하며 사고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 정예인 청소년기자, 군산여자고등학교 논술언론토론동아리 ‘다온’

취재후기: 이번 토론을 통해 ‘사형수의 장기 이식 자격’이라는 주제가 단순한 윤리적 논쟁이 아니라, 생명과 형벌, 의료 자원, 정의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쟁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찬성과 반대 어느 입장이든 스스로의 논리가 분명했고, 한쪽만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직접 체감하면서 ‘사형제’나 ‘장기 이식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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