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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전라도가 이번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27일 15시38분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이 ‘독재’란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독재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재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 하나 또는 소수에게 독점된 정치적 상태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입법, 행정, 사법으로 3권이 분립되어 상호 견제를 통해 권력균형을 이루는 나라다. 셋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으면, 그것을 곧 독재라고 일컬어도 무방할 것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의한 독재, 국회에 의한 입법독재, 법원의 사법독재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므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독재를 하기 어렵다. 윤석렬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고유권한 가운데 하나인 계엄을 선포했지만,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지, 그 여부가 문제되어 직에서 쫓겨나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이제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온들 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독재를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입법독재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대로 행정부와 사법부가 움직인다. 또 예산심의와 의결권까지 쥐고, 여차하면 탄핵권을 발동시켜 직무를 정지시키므로 의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이 걱정해야 할 대상은 국회다.

의회에서 어느 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원하는 법을 쉽게 제정할 수 있다. 특정 진영과 당파적 이익에 따라 이상한 법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법이 제정되면 그 법이 개정되거나 폐기되기 전까지는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원리다.

나치가 권력을 손에 쥐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입법부인 국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나치는 자신들의 반대당 의원이 국회에 출석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입법권을 독차지했다. 급기야 ‘비상시에는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한다’는 수권법까지 만들었다. 의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국회를 장악하고 1934년 히틀러가 총통에 취임함으로써 독일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나치 독일의 사례는 한낱 과거의 일일 뿐인가. 현재 우리 형편을 볼 때 독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쪽 당의 의석수가 과반수를 훌쩍 넘었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군소 정당까지 합치면 개헌 가능 의석수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다. 이것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나치 친위대(SS)와 돌격대(SA)가 홍위병 역할을 맡았듯, 우리 정당에도 진영논리로 뭉친 사람들이 앞장서고 있다. 덕분에 건국 이후 몇 차례밖에 없었던 탄핵이 식은 밥에 물 말아 먹는 것처럼 2~3년 동안 무려 30회나 남발되었다. 대통령 탄핵, 그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이것도 모자라 권한대대행까지 탄핵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게다가 야당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장까지 사퇴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조짐이 보이는 판사는 누가 됐든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몰아낼 태세다.

어디 그것뿐인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 중지법’을 만들어 진행 중인 재판을 모두 중지시킬 것이라고 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기본원칙까지 무너뜨리는 독선적 발상이다. 그동안 심도 있는 검토나 공청회 없이 급하게 만든 법률이 대통령에 의해 여러 차례 거부된 바 있다. 특정 진영을 편들고 정파적 이익에 따라 만든 법률이란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넘긴 정당에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까지 맡도록 한다면, 나치 독일이 그랬듯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법률을 뜯어고치고 제정하여 사법부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입법독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독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는 우리 전라도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과거와 같은 타성에 젖어 맹목적 투표를 하지 말고 진정 나라를 위한 투표를 하자. 전라도가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

/소설가 박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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