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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판결에 의한 피선거권 제한은 국민주권원리 위반

임명직 공무원인 법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할 수 없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22일 12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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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피선거권이 5년 동안 제한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법관은 임명직이다. 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사법권이라는 것도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과 대통령에 의해 부여된 권력인 것이다. 

그래서 선출직에 의해 임명된 권력이 선출직의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한편 판사도 인간이다. 오판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우리 사법역사에서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또한 오로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서 먼지털이식 표적수사와 기소가 행해지는 경우 그의 피선거권 제한이 정당한가? 그리고 법의 영역에서는 가해자이지만, 도덕과 윤리의 영역에서는 피해자인 경우는 어떠한가? 거악을 처단한 의인은 어떠한가?  

참고로 미국 수정헌법은 미국에서 출생(부모의 일방이 미국인인 경우에는 외국 출생도 가능)하고 14년 이상을 거주한 35세 이상의 성인이기만 하면 대통령 선거 출마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즉 우리 형법상 내란이나 이적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피선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형사판결에 의한 대통령의 피선거권 박탈 규정 자체가 없다. 

이는 확정된 형사판결에 대해서도 유권자가 사후적으로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로 보아 검증하여 선택하면 족하다는 취지이며, 왜 미국이 최고의 민주주의 선진국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벌금 형량을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공직선거법 관련 판사들의 양형 실무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판사가 형량을 고민할 때 거의 유일한 기준은 피고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할지 여부이다. 결국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판사의 입장에서 피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정도의 위법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과거 100만원 이상 선고하던 것을 1,000만원 이상 선고하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피선거권제한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으로부터 부정선거의 소지를 차단하여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들어, 피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것을 왜 판사가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즉 선거의 공정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인지 여부,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 등은 모두 유권자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것을 판사가 결정하는 경우 특히 그 대상자가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라면 그의 피선거권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참정권은 실질적으로 침해 당한 것이 된다. 

굳이 임명직인 판사가 유권자인 국민, 즉 통치권을 부여하는 위임자의 역할을 대신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법이 이를 결정하는 것은 사법이 적극적으로 정치질서를 형성하는 것가 되어 매우 부적절하다. 

빅토르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조카들의 굶주림을 채워주기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치고 19년간의 옥살이를 했다. 장발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울지 말지는 프랑스 시민들이 결정하면 될 일이다. 

공직선거법 제19조의 피선거권 제한 규정은 국민주권원리에 위배되는 악법이다.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 /변호사 이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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