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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오지 자배기 속 지프라기에 싸인 혹산도 홍어 맛의 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0일 15시01분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지은이 호병탁, 펴낸 곳 문예원)'는 삭을 대로 삭아 아주 호아져버린 나주 영산포 오지 자배기 속 지프라기에 싸인 혹산도 홍어 맛이 난다.

1부 정 등 모두 4부로 나뉜 시들은 생생하게 복원한 신화 같은 옛이야기에 깃든 해학과 미학, 진짜인지 지어낸 것인지 헷갈리는, 미신인지 믿음인지 아리송한 이야기에 독자들은 푹 빠져 웃음과 눈물을 교차하게 된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후딱 대답할 수가 있어 기뻤다.('인생이 무어냐고 묻기에'전문)

시인의 바다는 인생이나 삶에 대한 성찰로 귀결된 시들과 달리, 인간의 아주 근원적인 갈망이나 원초적 감수성에 닿아있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품 속엔 원대한 바다에서 발견한 원초적 관능의 힘이 느껴진다.

김익두시인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의 시에서는, 가끔 그가 태어나 자란 금강 하류 부여 임천면 ‘칠산주막’ 일대의 검고 기름진 모래참흙 가을 들판에서 농익은, 전국 제일의 상씨름꾼 팔뚝 같은 노각들이 불끈거린다. 이 시인의 도저한 근저에는 때론 어둡고 우중충허고, 때론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아득헌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 절망의 깊이는 아마도 역사적으로는 부여 출신 시인만이 몸소 체득할 수밖에는 없는, 오랜 짓밟힘의 역사적 한과 내밀하게 연결되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그의 시 속에서는, 남도 바닷가의 곰삭아 호아 질대로 호아진 갯땅 홍어 맛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깊고 흥건허고 으늑헌 맛이 가을바람 속에서 슬그머니 솟아나, 우리의 시적 체험의 촉수를 당혹케 만들곤 헌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인의 시는 구제불능이다"

이를 두고 복효근 시인은 '오래된 미래, 원초적 情의 세계라고 했다.

그는 충남 부여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중어과, 원광대대학원 국문학과 문학박사로, 문예가족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주간 등을 지냈다.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등표현문학상, 군산문학상, 아름다운 문학상, 한국예총회장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칠산주막'(모아드림), 평론집 '나비의 궤적'(황금알), '일어서는 돌'(인간과 문학사), '양파에서 고구마까지－21세기 한국 시문학을 보는 융합적 통찰'(문예원), '시의 집을 찾다'(칼라박스) 등을 펴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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