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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전국민 기본소득제, 논의 서둘러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9일 15시02분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양식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경제에서는 무엇보다 자본을 소유하는 것이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경제학에 따르면 자본은 인적자본, 비인적자본, 고정자본, 유동자본 둥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데 쉽게 말하면 토지, 건물, 기계, 자재, 제품, 돈 등의 재화를 말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자본은 돈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돈이 축적되면서 성장한다. 자본주의의 성장이란 상품이 시장에서 화폐(돈)과 교환되는 과정에서 이윤을 발생시키고 이 이윤이 새로운 자본으로 축적되면서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밑바탕에는 상품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상품은 투자된 자본과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노동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진다. 자본을 투자한 사람을 자본가라 부르고 노동을 제공한 사람을 노동자라 부른다.

자본주의 경제구조하에서 인간은 반드시 두 위치 중 하나를 차지해야 한다. 자본가가 되던지 노동자가 되던지 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는 돈을 투자해서 돈을 더 버는 형태로,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형태로 존재한다. 지금까지 국민 대다수는 노동자 형태로 임금, 그러니까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만약 노동을 쉽게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임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끔찍하지만 현재의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대책도 방법도 없다. 우리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이란 일시적인 공공근로사업, 무작정 창업으로 내모는 창업지원사업 정도가 전부이다. 이런 대책은 노동이 소멸되어가는 사회를 내다보는 선진적 대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잠시 미래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해보자. 거의 모든 미래학자나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의 노동시장은 대부분 사라지고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보다 급진적인 학자들은 현재의 일자리 중 90% 이상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지만 그 수는 사라지는 직업의 50%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 말한다.

2017년에 나온 서울대학교의 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4개의 계급이 등장할 것이라 한다. 0.001%의 최상위계급은 플랫폼 등 기술을 소유한 기업인이, 그 다음 두 번째 계급은 0.002%의 인기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셀럽들이 차지한다. 제3계급은 인간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AI가, 최하층 밑바닥 계급인 제4계급은 임시계약직이나 프리랜서 같은 단순 노동자들로 99.997%의 국민이 이 계급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지금처럼 매월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99.997%의 국민 위에서 인간이 해온 대부분의 일을 월급도 받지 않고 대신하는 AI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에게 월급을 줘온 자본가는 시장에서 이윤을 발생시키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을 아주 빠른 속도로 AI나 로봇으로 대체해 갈 것이다. AI나 로봇은 퇴근도 안하고 밤새 일하면서 월급도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조를 만들지도 않는다. AI나 로봇으로의 노동 대체는 피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여가 없는 노동자는 어떻게 생존해야 하나.

이것이 전국민 기본소득제의 논의를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일자리 소멸사회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마땅한 의무이다.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필요할 재원의 확보방안 마련 때문인데 재원은 노동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는 AI나 로봇에게서 찾아야 한다.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AI나 로봇에게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AI나 로봇이 노동현장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자본가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지금 의대 증원문제를 보라). 또 기본소득제는 일회성이 아니므로 복지제도 전반과 연계해야 하는데 기존 제도의 수혜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논의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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