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블랙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0일 14시45분

영화 ‘블랙홀’이 개봉된 것은 1979년이다. 우주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던 미국 우주탐사선 팔로미노호의 승무원들이 거대 우주선 시그너스호를 우연히 발견한다. 시그너스호는 수십년 전 블랙홀을 관찰하겠다고 나섰다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는데 거대한 블랙홀 옆에 정박해 있었던 것이다.

시그너스호가 중력을 상쇄시키는 특수 역장을 발생시켜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고 있었다. 거대한 중력에 끌려 팔로미노호가 파손되자 승무원들은 시그너스호에 탑승한다. 그후 시그너스호 선장 라인하트 박사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탐사 성과가 없으니 지구로 돌아가자는 승무원과 빈손으로는 못 간다는 선장 사이의 극한 갈등으로 그들은 결국 블랙홀로 빨려들어 간다.

이 영화는 블랙홀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또 극한 상황의 인간 내면도 담고 있다. SF 영화답게 팔로미노의 승무원들은 거대한 빛의 회랑을 통과해 나오지만, 라인하트 박사는 괴상한 형상으로 지옥과 같은 불구덩이에 갇히면서 끝이 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상태를 일컬어 블랙홀이라고 한다. 걷잡을 수 없이 강한 흡수력으로 주변을 잠재운다. 천체물리학에서는 블랙홀은 별이 되지 못한 항성이 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폭발해 엄청난 밀도와 중력을 가진 시공간 상태를 이른다. 이곳에서는 빛을 포함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초 빅뱅이 일어난 후 15억년이 지난 우주에서 이론적으로 예측된 한계보다 40배나 빨리 흡수하는 블랙홀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블랙홀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지의 블랙홀을 밝히는 일은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밝혀지는 날까지 우리가 생존해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보다 시회적인 블랙홀에 많은 담론들이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이슈의 블랙홀은 사고와 표현의 다양성을 해친다. 한 길로만 여론을 몰고 가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원화가 하락하고, 주가는 요동을 쳤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도 어찌 될지 모른다. 트럼프 현상은 전지구의 강력한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내는 어떤가? 김건희 여사가 연일 말썽이다. 본인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으나, 국민의 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건희 블랙홀이 정가를 집어삼키는 상황이다.

우리 연구진이 발견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정체만이 아닌, 사회적 블랙홀의 진상도 밝혀져 세상이 좀 잔잔해졌으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우주 어딘가에 있다는 블랙홀을 숨긴 하늘, 그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냥 푸르고 청한한 가을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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