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선입견(先入見)에서 탈출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9일 14시40분

며칠 전, 우즈베키스탄(타슈겐트, 페르가나, 나만간)에 다녀왔다.

출발하기에 앞서 생애 첫 방문지인 그곳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터넷 검색이 아닌 그동안 내 안에 축적된 우즈베키스탄의 정보를 활용해 상상해 본 것이다. 경제, 문화 부분에서 동남아시아 지역과 비슷하며 낙후된 시설과 비위생적인 환경이 그려졌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벗어나 정치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이라는 나만의 관점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견해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비행기가 타슈겐트 국제공항에 착륙 후, 검색대와 이민국을 통과할 때까지 ‘역시! 생각대로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천공항과 시설이나 시스템에서 확연히 비교되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공항을 벗어나 모든 일정을 소화할 때까지 선입견에 스스로 반성문을 썼다. 도시는 깨끗했고 호텔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 나무랄 데 없이 깨끗했으며 체계적인 농산물 유통과 관리까지. 어느 것 하나 불편함이 없고 위생적이며, 친절하고 원칙이 통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람의 의중에 있는 선입견은 무서우리만치 우리를 지배한다. 언제 어디에서건 불현듯 작용하며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이미지를 단정하게 만든다. 호의적이거나 우호적인 마음을 경직시켜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제한하기도 한다.

사업을 시작할 즈음, ‘감초’에 대한 타인들의 시선도 그러했다. 감초는 약방에서만 쓰인다는 편견은 선입견이 되어 감초의 활용도는 협소했다. 오로지 다른 약재와 함께 달여냈을 때 효용가치가 증가하는 하나의 약재로만 인식된 것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약방에서 사용하는 감초보다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감초를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감초가 식품, 화장품, 의약품 심지어 담배를 제조하는데 첨가되고 활용된다는 사실은 모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간장이며 과자, 비누나 미용 팩의 성분 분석표를 만들어 설명해야 한다. 감초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인식, 그 선입견을 완벽하게 바꾸지는 못했다. 또한, 그 성분표를 보고도 인지는 하지만 선뜻 그동안 가지고 있던 감초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지 못한다.

농민 교육을 가거나 농가를 방문했을 때, 작물에 대한 선입견으로 재배 방법이나 기술을 도입 쉽게 도입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혹시나 도전하고 바꾸었다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섞여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로 발전을 꾀하기 때문이다. 선입견에 지배당하는 순간, 진일보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즈베키스탄을 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는 그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했을 터이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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