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힙한 전통-향유의 즐거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8일 14시48분

#새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름을 바꾸면 새로워진다. 이름을 규정하는 개념들이 다시 새롭게 정리된다.

60년 넘게 우리 전통문화에서 역사적 장소와 유물을 지칭했던 ‘문화재’와 여러 역할을 담당했던 ‘문화재청’ 이름이 새로워진다 아니 새로워졌다. 5월 17일부터 ‘문화재청’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국가유산청’이라는 새 이름을 입었다. 기존에 사용했던 ‘문화재(文化財)’가 ‘재화’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부터 우리 모두가 함께 쓰는 ‘유산(heritage)’이라는 개념은 우리 문화의 새로운 가치와 그 가치를 자유롭게 향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문화재를 보호·보존·전승해야 한다는 기존의 개념에서 좀 더 나아가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함께 누리는 일에 많은 관심이 모여질 것이다. 국가유산청 출범을 축하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이 대중들의 일상에 좀 더 친근하게 자리해 삶의 즐거움과 가치는 물론 그 너머의 경험까지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판이 열렸다.

이름하여 ‘다시 樂 페스티벌’이다.

# 함께 누리고 모이고 즐기는 판 ‘다시 樂 페스티벌’

코로나 19 이후로 함께 모이고, 함께 모여서 즐기기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즐거움을 찾고 싶은데 막막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우리 삶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드물어진 지금 ‘다시 즐거움’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무형유산 공연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자리 ‘다시 樂 페스티벌’을 마련한 것이다. 음악, 탈춤, 사자놀음, 줄타기 등등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국가무형유산이 총출동했다. 줄 위 광대와 함께 짜릿한 한판을 경험하는 줄타기, 탈을 쓰고 춤을 추면 그 곳이 곧 공연 판이 되는 젊은 전승자들의 신명나는 탈춤판! 봉산탈춤, 북청사자의 역동적인 사자춤에 어깨가 들썩이는 북청사자놀음, 관객들의 액을 씻어주고 복을 빌어주는 동해안별신굿, ‘소리꽃 가객단’의 판소리와 댄스가 결합된 현대판 판소리 등을 비롯해 ‘창작중심 단디’의 하늘을 나는 공중퍼포먼스 공연과 LED와 전통이 만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퍼포먼스 ‘생동감’의 무대 그리고 정준태, 추현종, 안연주 세 명이 진행한 국가무형유산 진도다시래기의 재담 형식을 차용한 맛깔스러운 연희극 사회까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과거-현재-미래가 어우러진 축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무형유산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무형유산을 잘 모르더라도 공연을 보고 있으면 그저 즐거운, 함께 감동하고, 함께 환호하고, 함께 몰입하고, 함께 즐기는 순간이 모두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 향유의 즐거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우리의 감각, 감정, 사고를 모두 사로잡고 몰입감을 선사하며,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경험을 우리는 ‘향유의 즐거움’이라 한다. 향유되는 순간, 우리는 주변 모든 것을 잊고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예술작품에 감탄하거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 우리는 향유를 경험한다. 향유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험이다. 다양한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때 향유를 경험할 수 있고, 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감동이었어.”

‘다시 樂 페스티벌’ 관람 후 집으로 가는 발길 속에서 들리는 공통된 한마디. ‘감동’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것이 바로 향유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형유산에는 독특한 문화적 경험과 아름다움의 순간이 담겨 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이 6월에도 계속된다. 이수자들의 무대인 '이수자뎐', 젊은 감각의 무형유산 콘서트 '무형유산 너나들이'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그 무대에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새로운 즐거움의 축적이 가득한 시간들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하윤아(국립무형유산원 공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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