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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천적(天敵), 친환경 농업을 위한 대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03일 14시10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상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국제교역 확대로 식물 병과 해충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북아프리카, 이스라엘,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메뚜기(풀무치)떼, 갈색여치, 꽃매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발생하여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 영화 ‘대지’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는 흑백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메뚜기 피해에 대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해충은 최근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경의 출애굽기 10장 4~5절, 열왕기상 8장 31~38절, 당 태종 때인 528년의 정치서 ‘정관정요’의 무농(務農)에 각각 엄청난 메뚜기떼로 인한 피해가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해충 문제는 농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문서에 ‘황충’으로 기록된 메뚜기류 해충 대발생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한 이후 총 18회 기록되어 있으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언급되고 있다.

농경지에는 메뚜기뿐 아니라 다양한 해충이 발생하여 농작물 수량과 품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논에는 벼멸구, 흰등멸구 등 멸구류와 이화명나방, 혹명나방 등의 나방류, 벼물바구미 등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옥수수, 수수, 콩 등이 재배되는 밭은 산이나 잡초가 무성한 초지와 인접하기 때문에, 해충 피해가 심각하다. 겨울나기를 하는 보리, 밀 등은 추위로 인해 충해가 적지만, 옥수수, 수수, 콩 등이 재배되는 여름은 해충의 최성기로 콩밭에는 노린재류, 옥수수밭에는 나방류 등의 피해가 심각하다.

채소가 자라는 하우스나 과수가 자라는 과수원에도 다양한 해충이 발생하고 있다. 농경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진딧물은 어린잎, 꽃봉오리 등 약한 부위에 마치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는 곤충으로 엄청난 숫자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시설이나 노지를 가리지 않고 작물 종류에 상관없이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파밤나방, 담배거세미나방, 도둑나방 등 나방류 애벌레들은 농업인들에게 큰 고민을 주고 있다. 외국에서 유입된 총채벌레와 온실가루이는 시설 재배지에 크게 확산하고 있으며 과수와 꽃에도 다양한 해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충 방제를 위해 농약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농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천적을 이용하는 생물적 방제 기술이 재조명되기 시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친환경 농법의 확산으로 천적 전문회사가 설립되는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천적 활용 방제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업 해충의 천적 곤충은 포식자와 기생자로 구분된다. 포식자(Predator)는 무당벌레, 풀잠자리, 사마귀, 꽃노린재처럼 해충을 씹어 먹거나 체액을 빨아먹는 유형이며, 기생자(Parasite)란 해충의 몸에서 천적의 애벌레가 자라면서 그 해충을 죽게 하는 기생벌, 기생파리 등을 말한다.

주요 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천적 곤충은 다양한 전략으로 해충을 방제한다. 원예 작물의 즙을 빨아 먹어 흰 반점을 만들고 말라 죽게 하는 응애류는 우리나라 수입 천적 1호인 ‘칠레이리응애’로 방제한다. 칠레이리응애는 식물체가 점박이응애의 공격을 받을 때 발산하는 냄새를 맡고 찾아와 점박이응애를 잡아먹는다. 진딧물 체내에 알을 낳는 진디벌과 무당벌레, 풀잠자리류, 온실가루이 번데기에 알을 낳는 온실가루이좀벌, 나방 등 나비목 해충을 찾아다니며 알을 낳는 알벌류 등이 천적 곤충으로 많이 이용된다. 천적 방제는 자연계 생물 종간의 오묘한 관계를 이용한 창의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환경보존과 안전한 먹거리를 향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친환경 농업의 핵심 실행 수단으로 떠오르는 천적 활용 방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소비 연계와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천적 이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마련과 더불어 천적 회사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준비해야 하며, 종합적 방제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천적 개발 등 기초 기반 기술의 강화와 함께 친환경 기술들을 종합한 실용 기술 개발 등의 연구도 절실히 요구된다.

/박진우(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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