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지음(知音)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26일 14시52분

친구와의 우정을 말하는 고사성어가 많다.

유비와 제갈공명 같은 수어지교(水魚之交), 중국 춘추시대의 관중과 포숙아의 사이를 일컫는 관포지교(管鮑之交), 죽음도 같이 할 수 있는 문경지교(刎頸之交), 허물없이 가까운 친구인 막역지교(莫逆之交) 등이 있다.

그중에서 최고의 경지는 지음(知音)이다. 초나라 때 백아라는 귀족이 있었다. 그는 거문고 타는 것을 좋아하였다. 어느 날 산속에서 바람 소리, 물소리,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빗소리 등을 연주하였다. 근처에서 나무를 하던 사람이 들으며 말하기를 높은 산에서 흐르는 물처럼 격정적이면서 부드럽고 유장한 가락에 “음악 소리가 고산유수(高山流水)로구나!” 하며 감탄하였다. 백아는 이 말에 깜짝 놀랐다. 본인이 생각한 첫 연주의 제목은 ‘고산’이었고, 두 번째 연주의 제목은 ‘유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백아의 음악을 한 번에 알아본 사람은 바로 종자기였다. 그 후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알아본 지음(知音)으로서 가장 가까운 벗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백아가 다른 지역으로 벼슬을 얻어 가게 되고, 몇 년 동안 헤어져 지내다 고향에 돌아와 종자기를 찾았다. 하지만 종자기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백아는 슬퍼하며, 이제 자신의 음악을 듣고 알아주는 친구가 없는데, 연주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여기서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 이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회사가 부도나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딸아이 원비를 내는 것도 어려워져 가는 현실이 답답하였다. 재취업할 때까지 상황을 감안하여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친구에게 돈을 융통해 보려는 마음에 만나기로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친구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소주 한잔을 하며 기분 좋게 취해 가던 중, 친구는 전화가 오자 안쪽으로 가서 통화를 한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고,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이 아니라 들려지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여보, 미안해! 오늘도 손님이 없어 은희 생일이라 선물로 곰 인형하고 크레파스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큰일이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자리를 일어섰다. 친구와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가는데 눈물이 흐른다. 몸도 마음도 춥고 서글펐다. 지갑을 꺼내보니 만 원짜리 다섯 장이 있다. 나에게도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발길을 돌려 인형하고 크레파스를 사서 사무실 문 앞에 걸어 놓고 돌아왔다.

친구와의 사랑은 소리 없이 와 닿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고석헌(상상에너지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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