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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하지 전후 풍년을 기원하던 고창 대천고인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26일 14시48분

신대리고인돌이라 불리는 대천고인돌은 고창군 성내면 신대리의 대천마을회관 옆에 당산석과 당산나무 등과 함께 한 기가 있다. 이 고인돌은 덮개돌 장축의 뾰족한 부분이 앞면으로 추정되고, 반대편인 평평한 면이 뒷면으로 보인다. 뾰족한 앞부분에는 여러 개의 바위구멍이 음각되어 있다. 대천고인돌은 굄돌이 아주 낮게 깔려 있는 개석식고인돌로, 무덤방과 같은 시설은 확인이 어렵다. 고인돌의 덮개돌의 장축은 413cm, 단축 195cm, 두께 80cm로 앞과 뒤가 확연하게 구별된다. 고인돌의 장축의 뾰족한 부분은 220°를 향하고 있고, 평평한 부분은 그 반대인 40°이다. 220° 방향에는 신림면 도림리의 낮은 구릉의 봉우리가 있다. 이 고인돌의 덮개돌 장축의 220° 방향은 고창지역 고인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패턴의 방위각이다. 특히 이 방향으로 향한 고인돌에는 남두육성이나 동방청룡의 별자리로 추정되는 성혈이 새겨진 것이 여럿 발견됐다. 물론 이 고인돌의 덮개돌 위에도 8개의 바위구멍이 확인되고, 별자리와 관련이 깊다. 이 방위각과 함께 많이 나타나는 160° 전후도 별자리 관측 패턴이다. 일반적으로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매 시기별 별자리 관측은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해가 지고 초저녁 지표면에 떠오르는 별이나 한밤 중 중천에 떠 있는 별들이 선사인들의 관심 대상이다. 특히 하지이후 남동쪽에서 지표면 가까이 떠올라 가을 추석전후 사라지는 남두육성의 관측은 농경의 풍흉 및 수확 시기와 관련이 깊다. 이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고인돌에서 기우제를 드렸을 것이다.

매번 달라지는 해・달・별・행성의 관측을 위해서 선사인들은 기준이 필요했다. 특히 태양의 일출과 일몰이 절대적이다. 낮 시간에 태양 외는 관찰할 수 있는 항성이나 행성은 없다. 밤에만 관찰이 가능하다. 낮의 태양의 상태와 밤의 항성과 행성을 통해 농경에 가장 중요한 때와 기상 및 풍흉의 예측이 가능했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해와 달·별·바람·구름 등의 상태나 변화 및 동식물들의 특이한 활동이나 상태 등을 보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했다. 이를 관천망기(觀天望氣)라 하였고, 점후법(占候法)·점우법(占雨法) 등으로 불렸다. 선사인들은 일몰 후 지표면 가까이 떠오르는 별들과 행성, 그리고 자정 전후 중천에 떠있는 밤하늘의 반복되어 움직이는 별들의 주변 구름이나 빛깔 등을 통해 기상을 예측했다. 고인돌이 천문을 기반으로 한 점후대 또는 점성대였음을 의미한다. 점후대는 부족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항성과 행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사방이 트여 있어야한다. 예나 지금이나 천문대 입지는 동일하다. 또한 한 지점에서 2지2분의 절기별 관측 지점과 시간도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선사인들이 매일 달라지는 밤하늘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한 지표면의 선정은 가급적이면 주변의 산봉우리나 고개 등을 향하도록 했다.

농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하짓날 전후로 기상 상황이 중요했다. 하짓날은 밤이 가장 짧고, 농사일로 제일 바쁜 절기다. 밤하늘의 별들은 일몰 후 2시간은 지나야 겉보기 등급이 낮은 별들도 관측이 용이하다. 일몰과 함께 바로 어두워지지 않고, 태양의 붉은 노을이 남아 있어서다. 하짓날 일몰지점의 반대 지표면은 120°지점으로, 이 지점에서 어둠이 서서히 밀려온다. 해가 지고 2~3시간이 지나면 지구는 약 30°이동하고, 별들은 지표면의 150~165° 전후 방향에서 관측된다. 11시 전후 지표면의 160° 방향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별들을 보고 다음날의 기상을 예측했다. 그리고 자정 전후 남쪽의 220° 방위각의 하늘 중심에 떠 있는 남두육성이나 다른 별자리들을 관측하여 기상이나, 일년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였다. 대천고인돌의 덮개돌의 바위구멍(星穴)이 말해 주고 있다.

이 고인돌은 별자리와 행성을 관측하기 위한 점후대나 풍년을 기원하는 제단이었던 것이다. 늦은 시간 부족장은 부족민들을 위해 별자리를 관측하고 기상이나 풍흉을 예언했다. 대천 고인돌은 선사인들이 풍년을 기원하거나 기우제를 드렸던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던 성물이었다./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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