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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후티반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1일 14시16분

예멘은 커피의 나라였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가져와 재배하면서 이슬람 전역에 공급했다. 커피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와 함께 꼭 등장하는 주인공이 오마르다. 오마르가 성주의 딸과 사랑에 빠져 추방당했다가 우연히 커피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예멘의 항구 모카는 커피의 집산지로 명성을 날렸다. 지형학적으로 지중해를 거쳐 로마와 연결되는 곳이니 만큼 예멘은 교역의 중심지였다. 천년 동안 커피를 지배해왔던 모카항은 사라졌지만 모카커피는 유명하다. 모카의 커피에서 초콜릿 향이 났기에 오늘날도 커피에 초콜릿을 얹으면 ‘모카’라는 말이 붙는다. 라떼에 초콜릿을 얹으면 카페모카가 되는 방식이다.

아랍을 구분할 때 사막 지역은 ‘아라비아 데세르트’, 페트라를 가진 찬란한 문화의 요르단은 ‘아라비아 페트라야’, 상업적으로 번성한 요르단은 ‘아라비아 펠릭스’라고 한다. 그만큼 풍요롭다는 뜻이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시바의 여왕이 금과 향료 보석을 실은 800마리의 낙타 무리를 이끌고 솔로몬을 방문해 그의 지혜를 시험한다. 바로 그 시바가 예멘이다.

그랬던 예멘을 1839년 영국이 식민지배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오스만제국으로 묶여있던 아랍권에서 예멘의 남쪽을 영국이 차지한 것이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지면서 아랍권은 일대 혼란을 겪으며 각각 나라를 세운다. 중동의 중심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1932년에 독립한 걸 보면 지금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혼란 끝에 1962년 북예멘, 1967년 남예멘에 각각 정부가 들어섰다가 1990년 수도를 사나에 두고 통일된다. 통일은 됐지만 이슬람 종파와 정치 이념 등 혼란은 지속됐다. 현실적인 수니파가 이슬람의 90%에 육박하지만, 원리주의자인 시아파가 예멘의 40%를 차지한 것도 화약고 역할을 했다.

찻잔의 태풍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드러났다. 아랍권 전역에 반미정서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예멘 정부가 미국편을 들자 예멘 북쪽의 시아파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들은 모함마드 알 후티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후티’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며, 종족에 하나라고 한다. 실제 명칭은 ‘안사르알라’로 불의에 저항하는 시아이다.

후티반군은 아랍의 봄에 편승 2015년 대통령궁을 점령해 쿠테타가 성공하는 듯했으나 극적으로 탈출한 하디 대통령이 아덴에 정부를 구성하자 국제사회가 후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반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예멘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은 후티이다. 후티가 홍해의 선박을 공격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형제의 나라인 팔레스타인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해 홍해를 수호하고 후티반군에 맞서는 연합군을 결성하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아랍 국가들이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 군사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전쟁을 끝내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후티반군의 의도와 다르지 않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정말 묻고 싶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전쟁이 아닌 평화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김판용(시인·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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