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의 길목]전북특별자치도, 어떻게 ‘특별’해질 것인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17일 14시21분

2024년 1월 18일, 우리는 128년간 사용하던 ‘전라북도민’에서 ‘전북특별자치도민’으로 신분이 바뀐다. 행정상 명칭이 달라지나 보다 했는데 대대적으로 전야제와 출범식도 하고 14개 시군과 기업, 은행 등에서 환영행사도 하는 걸 보니 크게 좋은 일인가 보다.

전북특별자치도민으로 살게 되면 ‘특별자치’라는 네 글자가 추가되니 특별한 일이 생기는 건가 하는 기대감이 들면서 뭐가 달라지나 궁금함도 생겼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기사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확실히 글자 몇 자 바뀌는 차원은 아닌 듯하다. 당장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과 각종 행정문서들, 교통표지판이나 안내판 같은 옥외 사인물들, 사회, 지리부도 등 교과서까지 다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또 ‘전라북도’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전라도’라는 명칭을 쓰기 애매한 상황이라고도 한다. 특별법상의 명칭이 ‘전라북도특별자치도’가 아닌 ‘전북특별자치도’로 정의되면서 같은 전라도권으로 묶여 있던 전라도 남쪽의 광주·전라남도와 완전히 구분되는 독자권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권과 전라도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가 컸다는 의견도 있고, 호남이라는 명칭으로 대신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고, 앞으로의 삶에서 그것이 무에 중요하냐는 의견도 있으나 그래도 전라도 천년 역사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건 좀 서운하다는 마음도 든다.

서운함을 뒤로 하고 이런 변화를 꾀했을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좀 더 찾아보았다. 우선 이번 조치가 특별법에 기초한 변화로 각종 규제를 지역의 여건과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권한, 독자적으로 발전전략을 세워 추진할 수 있는 권한 등 높은 수준의 자치권한을 가지면서 실질적인 지방분권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과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또 그동안 광역 대도시가 없었던 탓에 국가정책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특별법에 따라 전북의 지역·역사·지리적 특성과 강점을 살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333개나 되는 특례를 부여받았다는 점도 기대할만한 일이다.

도에서는 특별자치도 출범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에 131개 조문과 특례를 만들어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미래첨단산업, 민생특화산업 등 5개 핵심 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인력, 제도 등 3대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명시화했다며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정말 뜻대로 성사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거 같지는 않다. 이 모든 일이 뜻대로 성사되려면 지역 스스로 적절한 사업계획과 추진동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예산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가 충분한 재정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장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에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 우리보다 앞서 특별자치도가 되었던 제주, 강원의 사례를 볼 때도 그 두 지역이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도민들의 삶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었는지, 말 그대로 어떻게 ‘특별’해졌는지 확인이 잘 안된다는 점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도 든다.

결국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해서 저절로 ‘특별’한 삶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특별’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했으나 ‘특별’해지도록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지역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있는 새만금의 사례는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정책과 사업으로는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우리가 말 그대로 자치권한을 가지고 자활하려면 도민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하는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어떻게 도민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도민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선행되어야 하겠다./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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