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국민주권시대, 전주세계소리축제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18일 17시03분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임명식을 가졌다. 전국에서 선정된 80명의 국민이 직접 쓴 임명장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국민임명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실천한 것이다. 취임식을 대신한 국민임명식에는 전국에서 평범한 국민 3천여명이 초청받았으며, 국민주권정부의 국민주권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하는 자리였고, 축제적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이제 지역축제도 국민주권시대에 맞는 국민주권축제로 개선되기를 바랬다. 그동안 지역축제는 축제의 본질을 망각한 채 축제의 탈을 쓴 이벤트성 행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축제의 탈을 쓴 음악공연이었지 축제는 아니다.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만큼 축제가 타락한 나라는 없다. 타락한 축제는 국민의 축제권 상실에서 비롯된다.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는 또 소리없이 막을 내렸다. 소리축제는 출범때부터 정체성 문제를 안고 출발했는데, 아직까지 정체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에는 뙤약볕 더위 기간인 8월 중순에 행사를 개최하였다. 전통적으로 축제는 봄가을에 열리는게 상례인데, 불볕더위 속 소리축제는 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도민들 배려없이 얼마나 자기멋대로식으로 행사를 운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리축제조직위는 매년 3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데 전북소리문화 발전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 언제까지 1회성 소리축제를 지속할 것인가. 20여년동안 600억을 쓴 소리축제가 전북도에 남긴게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축제전문가들이 수차례 소리축제 개선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주문했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쇠귀에 경읽기라면 소리축제조직위는 오만방자한 것이다.

다시 한번 소리축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매년 30억원의 도민세금을 소리축제에 퍼붓는데도 고비용저효율의 축제는 지속되고 있다. 소리축제 프로그램은 도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직위의 기획자 의도대로 구성 진행되고 있다. 도민을 외면한 소리축제는 항상 소리없이 끝난다. 전북도민들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도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소리축제는 더 이상 존속할 가치가 없다. 둘째, 매년 전북 전주에서 소리축제가 지속되는 동안에 전북의 소리는 시들고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전북은 들이 넓은 농도(農道)이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들소리가 발달한 고장이다. 전북자치도에서 현재 전승되고 있는 들소리는 순창 금과 들소리․유등 학촌 농요, 군산 옥구들소리, 익산 삼기 들소리, 김제만경 외애밋들 들노래, 진안 원평지마을 들소리, 무주 서면마을 상여소리․적상 치목리 삼베일소리 등 마을 단위 지역주민들의 들소리 전승 의지는 대단하지만 행정기관의 예산지원이 없으니 측은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요즘 전북도청에서 케이컬쳐(K-culture)를 외치고 있지만 전통소리문화를 살려내고 글로컬(Glocal)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진정한 케이컬쳐다. 셋째, 그동안 소리축제는 외국 뮤지션 초청 콘서트와 판소리꾼들의 볼모가 되어왔다. 소리축제는 20여년동안 대동소이한 음악콘서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소리축제는 축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망각한 채 사회적 역기능을 지속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 소리축제도 바뀌어야 한다. 조직위에는 축제전문가도 없고, 축제의 개념 조차 모르는 듯하다.

축제의 본질은 남녀군취음주가무(男女群聚飮酒歌舞)다. 이 구절은 고대제천의식 이래 수천년동안 내려온 축제의 근본이요 불변의 진리다. 전세계인들이 이 축제의 근본을 지키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신명나는 축제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다. 축제는 라이프리듬(life rhythm)이요 생활예술(生活藝術)이다. 그러나 관청이 국민의 축제권을 빼앗으면서 국민들은 들러리, 방관자로 밀려났다. 관청의 축제권 약탈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잔재다. 일제식민잔재는 청산되어야 하지만 지자체 단체장들은 모른채 버티고 있다. 최근 축제의 트렌드는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동일한 마을굿같은 축제 형태를 말한다. 마을굿은 농민들이 생산자이고 소비자이다. 한국인들은 집단적으로 신명나는 놀이문화를 즐겨왔다. 놀이문화의 본질은 맺힘에 대한 풀이다. 오늘날 도시산업사회는 맺힘(스트레스)이 증폭되는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도시축제는 맺힘을 풀어주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축제의 순기능이 필요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국내외 관광객 유치는 커녕 도민들에게 외면받는 지역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비용저효율의 효능감없는 축제는 마땅히 퇴출 청산되어야 한다. 소리축제가 도민들의 윤택한 삶과 생활문화정서를 향상시키는 프로슈머형 생활예술축제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정부의 국민주권시대에는 국민주권축제이어야 맞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명예위원장인 김관영 도지사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국민주권축제로 체질 전환시켜 축제권을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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