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 전력망 적기 확충, 대한민국 미래의 대동맥 연계

기사 작성: 안병철 - 2025년 10월 14일 09시24분

대한민국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그리고 탄소중립, 기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많은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하여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데에 필요한 전기설비와 이를 통제ㆍ관리하는 체계로서, 전기가 필요한 산업체에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전력망 구축이 필수이다. 새 정부가 경제성장의 대동맥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반도체, 이차전지,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신규 전력망 확충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발전된 재생에너지는 전력망 연계가 안 되어 버려지고 있으며, 동해안 지역의 발전소는 송전 가능용량이 적어 발전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첨단산업 기업투자는 불확실해지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은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며, 수도권에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비수도권에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새 정부의 계획대로 전력망이 확보된다면 지역경제는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전북만 보더라도 2025년 6월 기준 5.1GW 규모의 태양광·풍력이 전력망 접속을 대기 중인데, 이들이 연계되면 연간 수천억 원의 발전수익과 수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동시에 촘촘하게 연결된 전력망은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우회 공급을 통해 대규모 정전을 막을 수 있다.

전력망은 도로망과 닮았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물류가 멈추듯, 송전선로가 부족하면 전기도 흐르지 못한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으면 언제든지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듯이, 국가기간 전력망은 생산된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끊김 없이 흐르게 해야 한다.

올해 국회와 정부는 전력망 건설 관련 주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그 시행령을 마련했다. 과거보다 훨씬 강화된 주민과 지자체에 대한 보상과 지원제도를 담았다. 사업시행자는 국가기간 전력망 경과지 보상 조기 협의시 토지주에게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한다. 지자체에는 기존 지역별 지원금의 절반을 추가 지원한다. 송변전 설비 근접지역 또는 밀집지역에는 주민직접지원사업 시행시 지역별 지원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가공선로 경과 지자체에는 선로 길이 1킬로미터당 20억원 한도의 재정적 지원을 한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사업시행자는 10메가와트 미만의 재생에너지 발전 협동조합 설립시 행정적 지원과 전력계통 연계 비용 및 인허가에 관한 지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전력망 적기 확충은 주민, 지자체, 정부, 한전이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할 때 가능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전력망 슈퍼사이클’에 진입하여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린다면 첨단산업 유치에서 뒤처지고, 재생에너지는 헛되이 버려질 것이다. 국가기간 전력망의 적기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경제발전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역과 국가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신속한 추진을 기원한다./김희집 대표(에너아이디어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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