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32%, "놀라고 화나고 두려워서"

순창 45%로 전국 1위, 전북 전남 광주 등 호남권 후끈
대구 부산 울산 등 영남권은 모두 전국 평균조차 못미쳐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5월 29일 18시38분

사전투표 행렬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4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차례를기다리고 있다./이희철 기자

“놀라고 화나서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왔어요…첫 투표란 설렘보다는 쿠데타와 독재 등 SNS(누리소통망)에 떠도는 말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29일과 30일 이틀간 치러지는 가운데 첫날 전북지역 투표율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 최고 투표율 또한 전북에서 나왔다.

선관위에 따르면 29일 전북지역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32.69%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15.06%)보다는 약 17%포인트, 제20대 대선(25.54%)보다는 7%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19.58%)과 비교해도 약 13%포인트 이상 높다.

광역 시도별론 전북을 비롯해 전남(34.96%)과 광주(32.10%) 등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권이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13.42%)는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울산(17.86%), 부산(17.21%), 경남(17.18%), 경북(16.92%) 등 영남권은 모두 전국 평균조차 못미쳤다.

기초 시군구별론 순창(45.51%)이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진안(40.60%) 7위, 임실(40.26%)이 9위를 보이는 등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운 전국 10곳 중 3곳이 전북이었다.

투표소 현장은 곳곳마다 이른 아침부터 긴줄이 늘어섰다. 학교나 일터로 향해야 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한표를 행사하겠다는 시민들의 발길이 모아졌다.

이른바 오픈런을 한 시민들 중에는 12.3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놀라고, 화나고, 분하고, 두려워서 달려왔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익산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는 오십대 김모씨는 “이번 대선이 왜 치러지는가? 21세기 민주시대에 계엄령이 가당한 일이냐?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온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경제까지 다 망쳐버렸다”며 “화나고 분하고 참을 수 없어서 투표하는 날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장수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육십대 이모씨 또한 “(비상계엄이 발령된) 그날 밤만 떠올리면 서슬 퍼런 옛 군사독재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통령도 없는데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확대할지 말지를 놓고 한·미 통상협상까지 벌인다고 해 달려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주에 사는 전업주부라고 밝힌 삼십대 최모씨는 “지난 반년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80년대 모습이 재현된 것 같아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도 많았던 것 같다”며 “반시간 가까이 서서 대기한 끝에 투표할 수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선거란 군산지역 한 고교생인 김모군은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설렘에 청소년과 관련된 여러 정책과 공약을 찾아봤고 심지어 TV 토론까지 봤는데 사실 너무 무서웠다. 계엄 사태 때문인지 선거와 관련해 SNS에 떠도는 짤(짧은 영상)도, 여러 정당이나 후보자들간 거친 말싸움도 충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여야는 첫날 투표행렬을 놓고 해석을 달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당 선대위측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내란 세력을 심판하려는 분노의 투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의 분수령이 될 중대한 선택의 순간”이라며 “사전투표로 심판하고, 본투표로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독재정권 탄생을 막으려는 보수층 결집”이라고 평했다.

사전투표 독려차 이날 전북을 방문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전 정권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그리고 당내 경선 과정의 혼선까지,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면서도 “입법부에 이어 대법원장 탄핵과 대법관 수 확대 등을 운운하며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이재명의 민주당, 국민의 손으로 그런 ‘괴물독재’를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사전투표는 30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선거일 당일인 6월 3일은 본투표가 진행된다.

전북 선거인은 전체 인구 170여 만명 중 87%인 151만여명 규모다. 이 가운데 25%(38만여명) 가량이 40세 미만 청년층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29일 사전투표 직후 “여러분의 한 표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내 한표쯤이야’가 아니라, ‘내 한표 덕분에’ 바뀔 수 있다”며 “전북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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