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사설] 세계 속에 동학정신, 자리매김해야

세계화 위한 플랜 짜야 할 때
동학정신 헌법 전문에 실어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3일 13시44분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 동학농민군의 우렁찬 함성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정읍시 천변 어린이축구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58회 동학농민혁명기념제가 그 뜨거운 역사의 현장으로 시민들을 초대했다. 올해 기념제는 당시 동학농민군의 모습을 재현하는 1894명의 대규모 진군행렬을 준비해 시민의 품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동학농민혁명, 억압에서 피어난 불꽃’이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진 이번 행사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기 위한 시민 참여형 축제로 기획됐다. 백미는 단연 ‘1894 진군행렬’이었다.

황토현 전투 승리는 동학농민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군에 대항해 최초로 대승을 거둔 날로, 혁명의 전략과 세력이 결집해 이룩한 동학농민혁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서 상징적 가치가 매우 높은 날이다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 참가자와 전국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단체가 참여해 동학농민군의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지면서 기념제의 세계화와 전국화 기반을 다졌다. 또, 독일농민전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렬도 함께 진행돼 뮐하우젠시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는 이번 기념제를 계기로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의 헌법 전문 명시 ▲고부관아 복원 ▲특별법 개정 등 주요 현안 사업을 탄력 있게 추진해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도시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고창군은 동학농민혁명의 시작과 관련된 중요한 지역아다.무장기포지는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고창군은 이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5회 무장읍성 축제’가 지난 10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무장읍성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무혈 입성으로 시작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비상계엄 사태가 부른 개헌 논의에 맞춰, 동학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사 연구는 동아시아 담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은 청일전쟁과 맞물리면서 전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동아시아의 일그러진 ‘근대’가 시작되었다. 일본의 침략과 양민 학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가. 때문에 그 상흔이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동학농민혁명사 연구는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내적 연구에서 벗어나, 좀더 그 외연을 확대하여야만 한다. 그를 통해 조선과 동아시아가 일그러진 ‘근대’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 위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성격을 새롭게 규명해야만 한다.

혹자는 동학농민혁명을 세계4대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가 싶다.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어느 누구도 동학농민혁명을 세계 4대 시민혁명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이 세계 4대 혁명으로 위상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가 동학농민혁명이 가지는 세계사적 보편성과 그 역사적 의미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세계 속에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민중사적 유산이다. 이제 동학농민혁명과 그 정신은 더 이상 한반도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세계화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를 위한 플랜을 짜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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