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한국의 슈바이처’ 쌍천 이영춘 박사 유적관리 허술

군산시 외곽지역 대야, 옥구, 서수 문화재 살펴보니

역사문화적 가치 가진 장소 곳곳
개정역·최호 장군 유지 등 찾아
안내 표지판 부족하거나, 훼손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3일 16시47분

관광지로서의 군산을 물었을 때 주로 경암동 철길마을, 이성당, 일본식 가옥, 초원사진관이 뽑힌다. 이들의 공통점은 군산의 근대역사와 관련이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반면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알려지지 않아 관리되지 않는 장소들도 있다. ‘근대역사의 도시를 표방하는 군산의 문화재 관리 및 홍보방안 마련’을 위한 취재로 지난달 27일(일) 청소년들은 군산의 대야와 서수, 옥구 일대를 찾았다. 이 날 답사는 청소년친화정책 개발을 위한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개정역이다. 일제강점기 예방의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쌍천 이영춘 박사가 군산에 처음 들어온 곳으로, 이영춘 박사에 관한 안내판과 모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한국의 슈바이처 雙泉(쌍천) 이영춘 박사’ 중 일부가 떨어져 ‘국의 슈바이처 雙泉 이영추 박사’가 되어있었다. 조경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문의 결과 ‘폐역 일대의 쓰레기 수거와 제초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개정면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보니 세심하게 관리할 여력이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개정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떨어지고 철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국가철도공사 전화문의를 해보니 ‘(해당 노선은) 화물선 영업이 중지되어 폐선된 철도이며, 이에 따라 철거하였다’고 한다.

둘째로 찾은 곳은 최호 장군 유지이다. 묘는 무성히 자란 잡초를 볼 수 있었으며, 올라가는 돌계단도 흔들거리며 불안정했다. 사당은 기둥과 문, 창호지 모두 갈라지고 구멍이 난 상태였다. 안내소는 굳게 잠겨 안내책자가 이곳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광장의 보도블럭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있었다.

셋째로는 발산초등학교 뒤편의 발산리 유적지를 찾았다. 보물로 지정된 5층 석탑과 석등,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구 일본인 농장창고 등이 위치한 곳이다.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었으며, 농장창고도 학교 시설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현장을 찾았던 당시 만난 한 관광객은 해당 장소 바로 앞에서 “시마타니 금고(구 일본인 농장창고)가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안내가 되어있지 않거나 부족한 모습이었다.

넷째로 찾은 탑동 3층 석탑은 대야면 탑동마을 가장 내부에 위치해있다. 안내 표지판이 부족했고, 훼손되어있었다.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만으로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3층 석탑 앞의 석판은 글자가 닳아 잘 보이지 않았고, 무릎 높이만큼 잡초가 자라있었다. 석탑 모서리는 원색과 다른 흰 시멘트로 덮여져있었다.

이밖에도 연재 송병선 선생의 묘, 서수면의 신사터를 답사해보았지만 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과 저항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들 만큼이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진 장소들이 지역 곳곳에 위치해있다. 다만 답사가 주말인 일요일 오후에 진행되었음에도 마주친 관광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슬픈 역사 또한 우리의 중요한 역사인 만큼, 보존과 홍보를 위해 시민과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준엽, 김민종 인턴 청소년기자

취재후기

이준엽: 군산에서 역사 활동을 하며 여러 번 찾아갔던 장소들이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특히 개정역의 철도가 사라진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자체의 예산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여 이런 장소들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답사의 목적이 ‘관리가 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을 알려 지역사회 역사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거의 모든 곳이 관리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웠다.

김민종: 군산시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문화재 중 대다수가 관리가 되지 않아 훼손되어있었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가진 장소들이 잘 관리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대중적인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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