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간밤에 바다가 파도를 치며 나를 찾아왔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09일 14시05분

편성희 수필가(전주교구 가톨릭문우회 회장)가 수필집 '그 길 아래 바다'(2024 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수필이 자기 고백을 통한 성찰과 체험의 문학이라면 이번 수필집은 지은이의 사물을 통한 체험의 순수한 미적 형상화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 모색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이 살아온 체험을 통한 고백과 성찰이 작품 깊숙이 용해돼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번 작품집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은이는 깊은 고뇌와 사색, 그리고 휴머니즘을 강하게 내뿜고 있다.

'밤을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밤이 나와 얼마나 친숙한지 말하기 위해서 밤이 오기 전 서성이던 낮의 걸음을, 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거기 젖어 있다가 비 오는 밤의 시간에 맞춰 또박또박 짚어가고 싶다. 까만 밤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둘만의 대화를 끝없이 풀어내고 싶다.(중략) 밤은 창밖에서 비를 안은 채 나를 보고 있다. 나를 보는 것, 나를 사랑하는 느낌 이대로 날을 새면 밤은 어느새 어느 한 분기점을 지나가고 있다. 낮부터 밤까지 길을 이어놓은 비는 아직 그칠 기세가 없다. 그 밤에 잠겨 내 생각은 숨을 쉬고 있다.(밤비 일부)'

독자는 지은이의 이러한 경험과 문학적 사색을 통한 결과물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통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느끼게 된다. 지은이가 보여준 문학적 개성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독자와의 감정이입을 통해 수필을 통한 교감을 쌍방향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당신의 말이 내 귀를 세운다. 나보다 더 수줍은 당신은 숨어 내 이름을 부 르다가 도망친다. 홑겹 꽃잎 둥둥 뜨게 하는 비밀스러운 소리를 바람이 쓸어안아 달아난다. 섬 그늘 바닷물에 적신 비단결 옷을 입은 내가 밝은 대낮에 속살을 보이는 것은 우주 바깥 이야기를 끌어다가 차곡차곡 쌓아 놓은 허무맹랑한 꿈결 같은 이야기 때문일까. 시간을 물들인 은밀한 이야기 가 앞산을 넘어간다. 그 산 너머 어디쯤 파도 너울에 쓸려갈 이름이 사랑인가 하여 다시 내 귀를 연다"고 했다.

지은이는 군산 출신으로, 수필집 '꽃지는 오후'(2009 수필과비평사), '나는 늘 가고 있었지'(2015 수필과비평사)', '그 길 아래 바다'(2024 수필과비평사) 등을 펴냈다. 국제pen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군산 나루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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