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행동 뒷받침 되도록 고향 사랑 실천할 것

[새전북이만남사람]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기사 작성: 강영희 기자 - 2012.05.06 20:08

▲ 정세균 상임고문이 지난 16년간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이번 종로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성원 보내주신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이번 19대 총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의 대선 잠룡인 정세균 상임고문을 택했다.

그동안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진안무주장수임실 지역을 떠나 서울, 그것도 여권 성향이 강한 종로에서 당선되면서 전국정치인으로서 위상을 갖게됐다. 본인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출마 선언을 유보하고 있지만 정 고문의 대권 행보엔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종로는 역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곳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3선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1998년 노 전 대통령의 보궐선거 승리를 빼고는 1990년대 이후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던 지역이다. 18대 총선 때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정치권은 정세균 상임고문이 앞으로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과 경쟁하며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 정통 인사로서 적자론을 주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4일 민주당 19대 1기 원내대표 경선 후 정 고문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인터뷰 내내 힘있는 어조로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역할, 세대교체에 따른 전북 정치권의 변화 등을 이야기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끝났다. 결과는 박지원 최고위원의 승리였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의 역할분담으로 이번 경선이 당권, 대권 구도까지 결론짓는 최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어떻게 보나.

“이기고 지는 것은 선거에 수시로 있는 일이다. 비례 대표 당선자가 22명이다. 그런데도 박빙이었다. 비례를 빼면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소수의 지지를 받았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 민주당, 야권의 최대 관심사는 정권 교체이다. 정권 교체가 후보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당만 잘 운영된다고 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당과 후보가 모두 다 중요하다. 내가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겠는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종로 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대권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뒤 안철수 대안론이 떠오르고 있다.

“국민이 왕이다. 국민이 어느 후보를 괜찮다고 생각하면 존중해야 한다. 안원장은 야권의 대권 경쟁에 참여하는 데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원장이 민주당으로 들어와서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는가? 관련지어 투트랙 경선 요구설이 들린다.

“이미 한번 써먹은 방법은 안된다. 서울시장 선출 과정에서 쓴 방법은 다시 쓰기가 쉽지 않고 국민들이 서울시장 뽑을 때와 대통령 뽑을 때는 자세 자체가 다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아무나 뽑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검증하고 정당의 백그라운드 없이 대통령 되기가 어렵다. 대통령 후보는 제 1당 2당 후보라야 해볼만 하다. 안원장이 하고 싶으면 대통령에 출마할 의향이 있으면 정체성과 맞는 정당에 함께 해서 준비하는게 옳다고 본다. 또한 그 정당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여권의 유력주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다. 평가를 내린다면.

“그 분이 고정지지층은 두터운데 확장성이 적다. 우선 너무 오랫동안 노출된 사람이고 국민들이 걱정하는 요소들도 갖고 있다. 그리고 유신의 딸 아닌가?”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동영은 어떻게 보나?

“문재인 실장은 깨끗하고 바른 분이다. 김두관 지사는 취약지역에서 지사에 당선된 저력이 있고, 손학규 대표는 경험이 풍부하다. 장관도 지사, 의원 당대표까지 지냈다. DY는 재능이 다양하다. 안철수 교수는 국민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것보다 더 큰 장점 없지 않나?(웃음)”.

△대권 구도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짐작이 가지만 민주당은 그야말로 혼전이다. 안철수 등 당 밖 인사들과 단일화 문제를 포함해 야권 단일화 과제가 남아있다. 그 속에서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원래 스타프로젝트를 주장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 한다. 일대일 구도에서 우리주자는 스타여야 한다. 5~7명 후보군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이 관심 끌고 역동성을 보여주면 그런 스타가 탄생한다. 그 스타가 새누리당의 진부한 후보와 붙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여전히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역동적이고 치열한 경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 전략을 제시한다면?

“2008년 1월 < 공동체복지 > 라는 책을 냈다. 지난해는 < 분수경제 > 를 내서 경제 민주화를 주장해왔다. 부산과 경남, 광주와 전남 등 영·호남 협력을 통한 정권 교체도 주장했다. 그때그때 시대정신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시하는 데 항상 앞장서왔다. 내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과 잘 소통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다. 복안이 있나?

“계기가 있을 것이다. 아직 때가 안된 것이다. (웃음)”

△지난 4월 총선 이야기를 하겠다. 기존 지역구를 떠나서 종로에 출마해 승리했다.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민심의 승리다. 그동안 종로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선택받지 못했다. 8전 1승 7패를 한 곳이다. 현 정권에 대해 지역민이 심판했다. 과거에는 1 대 1 구도를 잘 만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구도를 만들었고, 인물 경쟁력도 상대에 뒤지지 않았다고 본다. 3년전, 4·29 재선거에서 탈 호남을 선언한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후진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다. 종로를 일찍 스스로 결정해서 종로구민과 스킨쉽을 했다. 종로를 열심히 해부하고 탐구해서 좋은 정책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평창동 지하철 문제 해결과 창신동의 강북 패션벨트 공약, 작은 도서관 및 박물관 건립 공약. 등등에 호응이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전주 시내버스 파업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 때 힘들었다. 유인물을 나눠주고 플래카드를 걸고 버스파업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사실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전주 지역구 의원도 아니고, 해서 화가 났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왜 여기까지 왔을까 싶었다. 노조원들을 불러 왜 친구를 적으로 만들려 하나, 내려가라, 나는 노동자들의 친구다,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 미치면 어떤 생각을 하겠냐고 설득했다. 결국 일주일여만에 노조원들은 항의 시위를 멈췄다.”

△호남 향우회의 활약이 대단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호남 향우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원래 종로에는 그동안 호남 후보가 거의 없었다. 종로에 호남 후보가 가니까 전북 도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 호남 향우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자발적인 선거운동이었다. 그래서 무명용사라고 칭한다. 그들을 만난 적도 없고 부탁한 적도 없었지만 내일처럼 도와주셨다.”

△하지만 전체 선거는 민주당으로서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현안 대응에 실패하고, 선거전략도 허술하고, 대안세력으로 제대로 인정 못받고 총체적으로 부족했다. 마땅히 1당이 됐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미 FTA와 제주 강정마을과 관련해서도 유권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공천 파열음도 크지 않았나. 또 새누리당은 MB 심판이라는 민심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이번에 민심의 분노를 피했지만 아직 풀어지지 않은 상태다. 12월 대선에서 나타날 가능성 크다.”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기업집단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현재 민생공약특위 경제민주화 본부장으로 활동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중인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규제강화 등 기존 공약이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고자하는 의도라면 기업집단법은 상법상에 재벌이라는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지분이 낮은 재벌 오너의 전횡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19대 국회가 개원함과 동시에 최소한 2∼3개 민주당 민생관련 브랜드 정책을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재벌 총수가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는 상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기업집단법 제정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 재벌 총수는 지시하고 계열사를 관리하지만 책임은 회사별로 지게 돼 있다. 사실과 부합하게 기업집단법을 만들어서 재벌총수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

△관련지어 저서 분수경제에서 낙수 효과를 비판했다. 연말 대선까지 경제 민주화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는가?

“새누리당은 말로만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민심을 그런 식으로 교란한다. 카드를 보여줘놓고 숨어버리고, 또 언론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검증을 잘 해주길 바란다.

나는 질 좋은 성장을 주장한다. 정부가 정책의 포커스를 대기업이나 재벌이 아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 행보를 보면 대권에 무게가 실린 듯 하다. 언제쯤 중대 발표를 하실 건가?

“준비하는 단계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권 도전은 아니다. 국민시대가 싱크탱크였다. 다양하게 조직과 홍보 다른 기능도 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의 지역구 이전과 정동영, 이강래 의원의 낙선, 세대교체로 전북의 정치적 위상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대교체가 된 것이다. 언제까지 나이먹고, 선수높은 중진들만 지역구 국회의원을 해야 하나. 바람직한 변화다. 사람을 자꾸 키워야 한다. 이번에 수도권에서 전북 출신들이 많이 당선됐다. 지사와 간담회에서 우리들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작게 볼 게 아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일이다. 초선 국회의원들이 전북 발전을 위해 두발로 열심히 뛸 것을 기대한다.”

△끝으로 전북 도민께 한 말씀.

“지난 16년 동안 도민여려분이 베풀어주신 사랑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종로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성원 보내주신데 대해 잊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번에 전라북도에 가서 12번째 의원이라고 말한 적 있다. 입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행동이 뒷받침 되도록 고향 사랑 열심히 할 것이고 새롭게 진출한 고향의 후배 정치인들이 필요하면 선배로서 역할을 하겠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정세균의 지인들은 그의 이름 앞에 ‘진촌’이라는 별호를 붙여 부른다. ‘진짜 촌놈’과 ‘진안 촌놈’의 줄임말이다.

그는 6.25 발발로 포연이 자욱하던 1950년 9월, 장수군 장계면 개안들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은 폐교가 된 진안군 동향면 능길초등학교와 주천면에 있는 주천고등공민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은 모두 가난했다. 정규중학교가 아닌 고등공민학교의 월사금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진학을 하지 못했고, 친한 친구 한명도 그랬다. 이른 아침 들판으로 소를 끌고 나가던 그 친구는 외면했다. 그때 막연하게 정치를 생각했다. 돈이 없어도 최소한의 공부는 할 수 있는 세상, 가난해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생각했다. 동네 담벼락에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가 붙을때마다 유심히 살펴봤고, 그 일이 지금의 정세균을 있게 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어린시절, 소꼴을 베러 다니고, 몸에 부치는 나뭇짐을 메고 뻘뻘 땀 흘리던 고생스런 기억이 많다. 고등학교는 세 군데나 옮겨 다녀야 했다. 무주군 안성면에 있는 안성고등학교를 6개월도 채 못 다니고 전주공업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러나 인문계 학교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느 날 전주신흥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무턱대고 찾아갔다. “전주공고에서 1 등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 정세균이라고 합니다. 신흥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은데 장학금을 안 주시면 학교에 다닐 형편이 못됩니다. 장학금을 주시고 전학을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용기가 가상해서인지 장학생으로 입학을 허락했고 신흥고는 개교 100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군부독재가 유신으로 치달리던 1971년, 촌놈의 서울 상경기는 시작되었다. 법학도지만 실제로 공부보다는 고려대신문사 일에 거의 매진했다. 유신의 발톱이 드러나던 시기에 고려대 총학생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안았다. 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와중에 우리는 다가올 민주조국의 희망을 노래하고 꿈꾸며, 악몽같던 시기를 견뎌냈다. 당시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니던 아내 최혜경을 만났다. 대학졸업 후 쌍용그룹 계열사인 종합상사에 입사하여 시멘트 영업부터 시작해 기계부품, 신발 등 소위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라는 국제영업의 최일선에서 일했다. 미국지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선진 정치 경제의 현장을 체득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95년 18년간의 실물경제 현장 생활을 마감하고 정치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96년 4월 11일 첫 번째 국회의원 도전에서 상대후보를 40%의 표차로 따돌리면서 의정단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15대 국회부터 내리 18대까지 당선됐고 이번 19대 총선에서 정치적 실험에 성공했다. 그동안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아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었다. /서울 =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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