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농업을 위한 진정한 균형인가?

검역 완화의 그림자, 농촌에 드리운 불안
식량 주권의 최전선, 농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07일 14시45분

최근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자국 농산물의 시장 접근 확대와 검역 기준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으며, 한국은 이에 맞서 국내 산업 보호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입장을 고수했다. 수차례의 실무 협의와 고위급 조율을 거쳐 타결된 이번 협상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 경제와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쌀과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 개방 요구를 저지한 것은 국내 농업계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식량 주권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인 이들 품목에 대해 정부가 협상에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며, 이에 대해 농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식탁의 중심이며, 농촌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작물이다. 그동안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쌀 시장을 최대한 보호해 왔으며, 이번에도 미국 측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그 입장을 지킨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소고기 역시 30개월령 이상 수입에 대한 국민 건강 우려가 큰 만큼, 이를 검역 차원에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 것은 농업 보호와 국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지키기 위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과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특히 일부 농산물에 대한 검역 기준 완화, 수입 조건 완화 등의 항목은 향후 농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다. 수입 사과, 체리, 블루베리 등 미국산 신선 농산물의 검역 절차가 간소화될 경우, 병해충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국산 농산물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협상 내용의 상당수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농민 단체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점은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농업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다. 단기적 외교 성과나 전략 품목 수출 확대만을 고려한 판단이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사실은, 농업은 여전히 통상협상에서 가장 손쉬운 협상 카드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농업은 국가 안보이자 식량주권, 생태환경,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농업을 협상의 제물로 삼는 관행은 이제 멈춰야 하며, 정부는 향후 유사한 협상 과정에서 농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해 방어에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농업 전반에 새로운 불안 요소가 더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농업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검역 강화, 가격 안정 정책, 수입 농산물 모니터링, 그리고 국내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농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먹거리와 농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앞으로 정부는 농업계와 더 깊이 소통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농민 없는 농정, 농정 없는 국익은 존재할 수 없다. 이제는 농민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시대를 열어야 할 때이다. /양성빈(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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