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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 임실 신흥사 목조 제화갈라보살상 재발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03일 15시47분

임실 관촌면 상월리 사자산 아래에 있는 신흥사는 광해군 11년(1619)에 건립된 사찰이며, 신라시대 진감선사가 점지한 땅이라고 한다. 관촌면 사선대에서 오원천을 따라 진안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 골짜기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면 신전리를 지나 상월리로 이르는 벚꽃 길의 끄트머리에 신흥사가 있다. 신흥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제 10년이 된다. 신흥사 대웅전이 1985년에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방문하는 곳이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높은 불단 위에 모셔져 있는 본존불과 탱화가 걸려 있고,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출입구에 서 있는 목조금강역사상 2기와 불단 뒤로 숨겨진 목조 나한상 6점이다.

신흥사에 새로운 기운이 생긴 것은 새 스님이 오시면서부터였다. 오랫동안 경내에 쌓여있던 기와 무더기는 곳곳에 꽃담이 되었고, 잔가지가 무성하던 뜰은 깨끗이 정비되었다. 해바라기를 심은 땅은 언젠가 불사(佛事)를 기다리는 땅이란다.

한동안 요사채를 수리하는 소리가 나더니 오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대웅전 바닥이 이상하다고 한다. 부지런한 스님이 대웅전을 청소하다가 바닥판이 움푹 꺼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 속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다친 사람 없어서 다행이었고,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작년부터 시작한 보수는 올해 부처님오신 날까지는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 전에 보수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신흥사에 갔을 때, 스님이 조심스럽게 본존불이 목조불이라고 알려 주었다. 늘 대웅전의 높은 불단 위에 화려한 금빛 부처님으로 계셔서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웅전을 보수하기 위해 본존불 3기를 요사채 마루로 옮겼는데, 무거운 불상을 어떻게 옮겼는지 그리 궁금해 하지 않았다니.... 그런데 목조불상은 나무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속을 파내기 때문에 무겁지 않아서 두세 명이 조심스럽게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2020년에 󰡔임실군지󰡕를 편찬할 때에도 ‘목조 불상’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았다. 신흥사에 대해서 정리할 때 신흥사 본존불의 좌대 글씨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있었다. 1998년 대웅전을 보수할 때 발견된 묵서(墨書)이다. 1743년(건륭 8, 癸亥) 5월 12일부터 6월 15일 망일까지 사자산 신흥사 대웅전 불상 3존(三尊) 개금(改金), 나한주불 16기 개채(改彩), 약사전 불상 1위(位), 적조암 관음보살상ㆍ남순동자상ㆍ해상용왕상, 종남산 송광사 북암(北庵) 미륵불 1위, 아미산 극락암 지장보살 1위 등 여러 곳에 있는 대소원불(大小願佛) 5위와 삼전패(三殿牌)를 새로 조성하여 개금과 개채하였다는 내용이다. 대웅전 불상 3존을 ‘개금(改金)’하였다는 글을 보았음에도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서인지 대웅전 불상이 금동인지 목조인지 묻지 않았던 것이다.

대웅전 본존불은 석가여래상이고, 좌우협시보살은 당연히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겠거니 하였다. 보통 흰 코끼리를 타고 합장하고 있는 형상은 보현보살이고 연화대에 앉아 오른손에 지혜의 칼, 왼손에는 푸른 연꽃을 들고 있으면 문수보살이다. 본존불을 중심으로 팔의 위치를 통해서 좌우협시보살의 위치는 정할 수 있겠는데,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두 보살상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이 우협시는 제화갈라보살상, 좌협시는 미륵보살상이라고 하기에 찾아 보았더니, 제화갈라보살은 연등불이 성불하기 전에 보살일 때의 이름으로 Dipankara Tathaga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모습이 비슷한 제화갈라보살상이나 미륵보살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화려한 보관(寶冠), 어깨를 감싼 통견, 가슴 부분의 승각기(僧却崎) 등등 조금씩 다르긴 한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보살 보관의 장식들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큰 차이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큰 연꽃장식이다. 바로 제화갈라보살의 상징이다. 제화갈라보살과 석가여래, 그리고 미륵보살은 곧 신흥사 대웅전 목조여래삼존불은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삼세불인 것이다.

자주 보아 익숙하여 지나쳤는데 자세히 보니 이제야 보인다. 아름다운 벚꽃 길을 건너 신흥사에 가면 목조여래삼존불을 친견할 수 있다. 작지만 새로운 인연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철배(문학박사·임실군청 문화유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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