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민화의 진화' 거침없는 붓질 화려한 색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01일 15시05분

이종만 화백이 10일부터 22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향교길68 미술관에서 26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향교길68 미술관 초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 화백은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화려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60호 대형 작품과 함께 '작지만 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화백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깊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꽃과 새 등 자연을 소재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굵은 터치와 두툼한 질감으로 그려낸 자목련과 비둘기가 그를 대표하는 시그니처다.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의 작은 존재들에 주목, 자신의 생활반경 내에서 눈길을 주면 걸려드는 생명체들, 다양한 자연의 꽃과 새를 작가만의 거친 붓 터치로 재현했다.

또 생명체의 어느 한순간을 포착해 절정을 지나 쇠락하는, 소멸을 앞둔 존재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며, 삶의 고뇌를 내려놓으면서 의연하고 초탈해진 모습을 작품에 드러냈다.

화사하게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과 철 따라 이동하는 새들을 보면서 평범하지만 끈질기고 아름다운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자연의 무한한 에너지와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 안에서 우리의 삶을 반추해보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그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독보적인 만큼 준비 과정이 쉽지 않다.

팔레트 대신 하얀 그릇에 물감을 담고, 가는 붓 대신 큼직하고 넓적한 붓자국으로 화면을 채운다. 준비가 마무리되면 붓은 거침없이 흐른다. 평면작업은 붓으로, 두툼한 질감은 손으로 살려낸다. 붓과 마티에르가 조화를 이룬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화려한 색감과 진중한 붓질로 전통 민화의 결을 살려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속에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작업한다.

작가의 화조도를 감상해 보면 꽃은 살아서 움직이고 새는 날갯짓 하며 날아와 앉아 놀고, 정지된 화면에서 순간성과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주변에서 자주 보았던 살아 있는 사물들의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고 있다. 두터운 마티에르가 주는 깊이감과 휘날리는 속도감 있는 표현적인 붓질은 이종만 다운 회화성을 구축했다.

재현에 근거를 두면서도, 재현을 탈피해가는 신선한 화면의 고유의 회화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보다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민화풍이 가미된 화조도 시리즈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작업의 노선이 되었다. 가을해바라기1, 2 연작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치열하게 이겨낸 듯 세월의 무게감까지 묻어난다.

빠르고 힘찬 붓질에는 아름다운 생명의 향연이자 자연을 바라보는 신비함과 경건함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전시는 회화적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그것은 그동안 보여 왔던 비둘기 시리이즈나 화조도의 연장선상에서 또 두터운 마티에르가 가미된 밋밋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회화적 시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의 개성 있고 창의적인 회화성이 농익은 힘의 발휘를 보여준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재현에 근거를 두면서도 재현을 탈피해가는 신선한 화면이 만들어졌다.그는 보다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민화풍이 가미된 화조도 시리즈를 추가했다. 이 두 가지 창의적 축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종만의 중요한 작업 노선이 됐다.

한 손에 몇 자루의 붓을 움켜 쥔 ‘자화상’이나 벽에 걸어 둔 꽃을 그린 ‘마른 꽃 맨드라미’ 같은 경우, 그는 두 개의 기존 노선을 따르지 않고 두텁고 심도 있는 회화성에 천착하고 있다.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백지다 3’도 마찬가지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나무 밑에 떨어진 꽃잎들을 종래의 민화적인 감각과 강한 느낌의 필치 그리고 두터움이 시적으로 조합된 정경이다. 다시 말해 그만이 펼쳐낼 수 있는 정경이기도 하다. 그러한 농익은 기량이 전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그의 진지하고 진실한 예술적 행보는 더 매력있게 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기 시작한 현대미술의 열린 지평에서 어떤 몸짓으로, 어떤 모습으로 신호를 보내고 남게 될 것인지 아직 미확정적이다.

작가는 "예술가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 새로운 작업을 창조해야 하는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며 "팔레트를 버리고 ‘빽붓’을 잡은 것도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향교길 68 미술관 조미진 관장은 초대의 글을 통해 "그의 붓질은 거침없다. 끝이 넓적한 붓으로 일필휘지한다. 손짓이 멈추는 붓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새는 날갯짓을 한다. 화려하면서도 생동감이 살아나는 자연. 그의 작품은 날렵하고 화사하면서도 힘차고 묵직하다"고 했다.

이화백은 원광대 미술교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교직을 물러난 이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25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룹전에는 200여 차례 참여했다.

2013년과 이듬해 이탈리아 베르가모 초대전에 잇달아 참여하면서 작품의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았다.

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전라미술상,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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