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 공연계에 역사 인물이 뜨고 있다

연극, 음악극 등에 ‘문정왕후, 설공찬, 이거두리’ 주인공

기사 작성: 이종근 - 2023년 10월 25일 09시46분

전북 공연계에 역사 인물이 뜨고 있다. ‘문정왕후, 설공찬, 이거두리’ 등이 이들로 연극과 음악극의 주인공을 꿰찼다

전주시립극단이26일부터28일(평일오후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오후7시)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문정왕후, 윤씨’를 무대에 올린다.

제11대 왕 중종의 세번째 아내이자 제 13대 왕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 윤씨’ 사대부와 지식인을 거느리며 통치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여인, 문정왕후 윤씨. 그녀는 섬세하면서도 강단 있고,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기품이 넘치며, 단 한 번의 역심도 허락하지 않는 탁월한 통솔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녀를 둘러싼 조선 사회의 복잡 미묘한 갈등과 역동적인 암투를 리드미컬한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사대부 남성 지식인들이 지배하는 조선 중기, 실질적 통치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여인 문정왕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정왕후는 일각에서 조선의 측천무후라고 불리며 어진 인종을 못살게 군 계모로, 아들 명종을 허수아비 왕으로 만든 조선의 희대의 악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역사적 인물, 사건에 대한 관점과 평가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며, 한 인물의 총체적인 삶을 조명하는 데에는 다각도의 시각이 필요할 터이이다. 연극 ‘문정왕후 윤씨’는 반정과 역모가 끊이지 않던 불안한 왕권의 시대에 여성으로서 국가를 통치하며 권력을 장악했던 문정왕후의 탁월한 통치력과 그 외 인간적인 면모에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중종, 인종, 명종 재위, 16세기 조선의 궁중을 둘러싼 권력과 욕망, 음모와 배신, 숙청과 살육의 이야기를 우아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2023년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문화포럼나니레가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설공찬전’ 창작 음악극을 공연했다.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은 공연예술 분야 창작작품 제작지원을 통해 도내 예술단체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고 우수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설공찬전’은 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에 누이를 따라 죽은 설공찬이 저승사자들의 도움으로 저승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사촌동생 공침에게 빙의해 이승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설공찬이 경험했던 저승은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고 이승의 덕과 능력만 출중하다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이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불 태워라, 공찬의 노래, 태평성대, 새날이 오리라’ 등 다수 곡을 창작했으며 노랫말은 최대한 쉽게 표현해 극의 이해를 더하고자 했다.

극단 까치동이 지난달 5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거두리로다’를 선보였다. 이보한의 애국적이고 해학적이며 교훈적인 일화를 배우들의 연기와 신명 나는 소리로 빚어낸 작품이다. 전주에 살았던 이거두리로 불린 걸인성자 이보한(1872-1931)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투철한 민족의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보한은 3ㆍ1운동 때 거지들과 서울에 가서 만세를 불렀다. 신흥학교, 기전학교 학생들이 태극기를 그리고 거지들이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날라서 3월 11일 전주에서 만세 운동을 벌였는데 관객들도 같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더니 속이 시원했다.잡혀가서 주모자를 밝히라는 취조를 받자 "주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가 더 얻어 맞는 이보한은 130여년 전에 전주에 세워진 서문교회에 다녔다고 연극에 나온다.

전주 사람들에게 그는 이보한(일명 이성한)이란 본래 이름 대신 ‘이거두리’로 알려지게 됐다. 길거리에서 큰 목소리로 “거두리로다, 거두리로다.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찬송을 부르며 전도했기 때문에 ‘거두리’란 별명이 붙은 것이다. 완주문화원이 ‘이거두리’ 이보한 등 완주인의 정신과 정체성을 인식하는 길잡이 ‘완주인물’을 펴냈다.

스스로 ‘거지대장’이 된 양반. 자비로운 선행과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그가 1931년 별세하자, 전라도 거지 수 백 명이 몰려 와 상여를 꾸미고 장례 절차를 주장해 한국 초유의 ‘걸인장’(乞人葬)이 거행됐다. 그는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에 묻혔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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