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올드 마스터에서 현대 스타 작가까지

김스미의 미술산책 〈37〉 2023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대중은 작품 속 예술혼과 만나는 즐거운 페스티벌
목적을 떠나 순수성을 포함한 불가사의한 것이 미술

기사 작성: 이종근 - 2023년 09월 13일 13시34분

△왼쪽부터 ‘Saturday’ 알렉스 카츠, 2002, 린넨에 유채, 264.2×284.5cm, 그레이 갤러리, ‘게이징 볼’ 제프 쿤스, 2013, 석고, 유리, 264.2×284.5cm,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 ‘천왕성의 도시 4월’ 이성자, 2007, 캔버스에 아크릴, 150×150cm, 갤러리 현대

아트페어는 그림만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다. 대중은 작품 속 예술혼과 만나는 즐거운 페스티벌이다. 작품의 시대적 감성을 읽고 자기의 취향을 파악하는 기회다. 영국 미술장터인 2023 프리즈 서울을 관람했다. 그림을 팔아야 하는 갤러리의 보이지 않는 전쟁과 예술의 향유에 목마른 관객 입장은 다르다. 반열에 오른 유명 작가의 긴장감도 느껴지는 공간이다. 비록 일류가 아니라 해도 가슴 설레는 작품을 만날 확률이 높다.

백남준의 TV 붓다, 조나스 우드의 정물화, 화가들의 화가라는 필립 거스턴, 한 점에 수십억 원씩 하는 조지 콘도, 데미안 허스트, 미술사의 관념을 깬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이스 부르주아, 캔버스를 자른 루치아노 폰타나,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은 관객 사진 모델 1위다. 김환기, 변월용, 서도호, 이배 등이 한국갤러리의 프리즈 진입에 따라 해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단색화는 지나갔다는 말이 무색하게 박서보와 하종현의 작품도 고가에 구매된다. 실험예술의 대가 김구림과 심문섭, 유영국도 국제적인 거장으로 손색이 없다.

서울 프리즈의 꽃, 마스터스 섹션 부스 긴 대열에 섰다. 밀레, 피카소, 에곤 실레, 세잔, 르누아르, 마티스, 윌리엄 터너의 드로잉과 수채화, 비록 밑그림이거나 에스키스지만 이름만으로도 명품을 보려고 까치발로 선다. 샤갈의 ‘도시 위의 붉은 안네’, 짙은 회색 하늘에 떠도는 암울한 이방인의 방황이다. 비싼 프리즈 입장료 생각을 잊게 한다. 고미술품도 다양하다. 1836년 제작된 조선 행정지도 ‘동국여지도’ 필사본에는 독도가 조선의 관할구역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와 결혼하는 조카 비앙카 마리아에게 선물로 준 기도서 필사본도 있다.

현대인의 삶을 그리는 뉴욕의 작가 알렉스 카츠(1927-) 작품, ‘토요일’이다. 대상을 잘라내는 크롭기법의 창시자다. 해변의 여유가 세련된 노장의 토요일 단상이다. 인물초상을 대형화면에 간결하게 단순화한 그의 작품은 패셔너블하고 도회적이다. 잠시 시간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본다. 장황한 예술 담론도 의미가 없다. 순간 작품 안으로 들어간다. 카츠 작품은 단편소설이다.‘게이징 볼’은 포스트모던, 키치의 왕이라 불리는 미국의 거장 제프 쿤스(1955-)의 조각 작품이다. 파르테논신전 남쪽에 있는 신화 속 켄타우로스와 라피스의 전투가 모티브다

작가 이성자(1918-2009)의 솔로 부스도 반갑다. 이성자는 1951년 프랑스 파리로 떠나 60여 년을 전업 작가로 산다. 한국의 철학적 세계관인 음과 양의 개념을 기하학적 문양으로 표현한 추상화를 탄생시킨다. 대자연의 경외심을 배경으로 우주의 신비를 품은 환상적인 작품이다.

2023 프리즈 서울은 작년의 감동에는 못 미쳤지만, 한국 미술의 변화에 대한 단초와 성찰의 메시지를 남긴다. 상업적으로 프리즈와 키아프를 동시에 여는 것이 효과적인지 모르겠다. 관객 입장은 체력이 초토화되어 그림에 대한 감동도 식상해진다. 키아프는 전년보다 작품은 다양해졌으나 프리즈의 현대미술과는 갭이 너무나 컸다. 한국 미술은 대중이 선호하는 특정 주제의 트렌드식 답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적인 미술시장의 흐름과 동등한 작품성 향상을 위해 긴장한다. 동시대의 담론을 이해하고 미학적 관점 확장을 위한 토론의 장도 필요하다. 업그레이드된 작가의 정신세계는 작품 성장의 필수요소다. 현대미술은 단순하면서도 어떤 목적을 떠나 순수성이 읽어지는 독특하고 불가사의한 것이면 더욱 좋을 듯하다./ 화가 김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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