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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전주 가맥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8월 09일 17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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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맥이나 한 잔 하지” “가맥 집으로 가지 뭐”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줄인 말이다.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 놓고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이다. 가맥문화는 술집은 아니지만 동네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먹되, 간단한 마른 안주를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한다.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팔면서 동시에 가벼운 안주도 함께 내주는 것이다. 어릴적 동네 어른들께서 슈퍼마켓 앞 파라솔에 앉아 가볍게 맥주 한 두잔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전주의 독특한 술문화로 꼽히는 '가맥'은 'OO슈퍼, OO휴게실, OO편의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맥집'들이 여러 곳 있다. 슈퍼에서 파는 과자나 라면은 물론이고, 황태구이, 오징어, 계란말이 같은 간단한 안주류도 맛볼 수 있다. 전주 가맥은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영광슈퍼)를 원조로 친다. 이 가게에서 오징어나 북어포, 과자 안주에다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시청과 관공서가 밀집한 경원동, 중앙동 인근에서 슈퍼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것이 전주 가맥의 시초가 됐다. 또, '맥주 공장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는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사다 마실 수 있고, 이를 찾는 손님들에게 슈퍼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했다'는 설도 있다.

가맥집이 전주에 뿌리 내린 건 부담 없는 가격에다 독특한 맛의 양념장 때문이다.안주는 갑오징어나 황태, 계란말이, 땅콩 등 간단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중 백미는 갑오징어다. 한때는 '가맥'마다 그 집 바깥주인이 쇠망치로 갑오징어를 두드리는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온갖 야채를 다져 넣어서 만들어낸 계란말이는 안주인의 손맛을 직접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물엿과 한약재를 비롯한 각종 재료를 넣고 달인 간장에 청양고추를 썰어넣고 그 위에 마요네즈를 듬뿍 얹은 장맛을 이제는 대부분의 '가맥'에서 맛볼 수 있다.

전주가맥축제추진위원회는 비대면 방식으로 기획된 ‘2020전주가맥축제’의 개최를 취소했다.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온 전주가맥축제는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 관광 콘텐츠인 ‘가맥 문화’를 전국에 홍보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난해에는 11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전북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왔다. 누구도 그 시작을 알 수는 없지만 전주 사람들은 대부분 가맥을 아주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맥을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키워보면 어떨까. 가맥축제를 통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새 콘텐츠로 뿌리내린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맥주만 홀짝이는 손님이 안쓰러워 베푼 작은 인심이 오늘의 가맥문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때문에 가맥이야말로 전주 사람들의 '정'을 상징하는 또다른 문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맥축제가 취소된 것이 아쉬워 가맥에서 맥주잔을 기울여본다.

/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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